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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오래, 무대보다 가까이…캐릭터 키우는 케이팝 [가방에 매단 취향②]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20 14:01
수정 2026.08.20 14:01

팬들만 알아보는 은밀한 표식…일상까지 스며든 케이팝

“록 페스티벌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슬로건이나 티셔츠를 입고 다니거나, 케이팝(K-POP) 공연장에서 아이돌 키링과 응원봉을 들고 다니는 것과 비슷해요”


엔시티 위시(NCT WISH) 사쿠야의 팬인 20대 후반 직장인 A씨. 가방에는 사쿠야를 모티프로 한 ‘위시돌’이 달려 있고, 휴대전화 케이스도 판다 등 사쿠야를 떠올리게 하는 입체 스티커로 직접 꾸몄다. ⓒ독자 제공

엔시티 위시(NCT WISH) 사쿠야의 팬인 20대 후반 직장인 A씨의 가방에는 사쿠야를 모티프로 한 ‘위시돌’이 달려 있다. 휴대전화 케이스도 판다 등 사쿠야를 떠올리게 하는 입체 스티커로 직접 꾸몄다.


A씨에게 아이돌 캐릭터는 그저 하나의 장신구가 아니다. 아티스트의 얼굴이나 이름을 직접 내세우지 않아도 팬끼리는 누구를 뜻하는지 알아볼 수 있고, 일상에서도 좋아하는 대상을 드러낼 수 있는 팬덤의 표식이다. 다른 캐릭터와 섞어 달면 무엇을 귀엽다고 느끼고 어떤 색과 형태를 좋아하는지도 함께 드러난다.


케이팝 캐릭터가 초상 굿즈의 한 종류를 넘어 별도의 지식재산(IP)으로 확장되고 있다. 멤버의 눈매와 점, 헤어스타일과 성격을 동물이나 상상 속 존재로 옮기고 이름과 이야기를 붙인다. 인형과 키링으로 시작한 캐릭터는 의류와 생활용품, 팝업스토어와 영상 콘텐츠로 활동 반경을 넓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캐릭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8%가 캐릭터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캐릭터가 제품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66.7%였다. 캐릭터가 이미 만들어진 상품에 덧붙이는 장식을 넘어 구매를 결정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케이팝 캐릭터 IP의 대표적인 초기 사례는 2017년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BT21’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초기 스케치부터 캐릭터의 성격과 취향, 가치관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이후 BT21은 인형과 의류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게임,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25년에는 세 번째 애니메이션 시리즈 ‘BT21 더 저니’를 공개하고 한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 팝업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캐릭터가 아티스트의 활동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와 형태를 반복해서 얻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엔시티 드림(NCT DREAM)과 IPX(옛 라인프렌즈)가 함께 만든 ‘드리미즈’는 멤버들이 외형과 이름, 성격, 취향 설정에 직접 참여해 만든 일곱 캐릭터다. 지난해 첫 팝업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팝업을 열면서 캐릭터가 등장하는 ‘꿈의 숲’ 이야기를 새로운 콘셉트로 이어갔다.


엔시티 위시의 캐릭터도 같은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IPX는 지난 5월 기존 위시돌을 자사의 ‘미니니’ 형태로 재해석한 ‘위시니니’를 공개했다. 플러시 키링뿐 아니라 러그와 파우치, 티셔츠와 잠옷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고, 멤버들의 우정을 패치워크 형태의 ‘위시니니 하우스’ 세계관으로 옮겼다. 서울 팝업의 사전 예약은 4분 만에 마감됐고, 상하이와 베이징을 시작으로 도쿄와 홍콩, 방콕, 싱가포르 등에서도 팝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엔시티 위시의 위시돌. ⓒSM엔터테인먼트·케이포유타운

기획사들이 캐릭터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캐릭터를 일회성 MD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 자산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머치(Merch) 기획 유닛 관계자는 “캐릭터 IP는 아티스트 활동과 연계되면서도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핵심 브랜드 자산”이라며 “실물 사진을 활용한 상품보다 다양한 콘셉트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인형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콘텐츠 등 여러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의 출발점에는 아티스트가 있다. 관계자는 “최근에는 멤버들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성격과 취향, 시그니처 외형을 반영한 아이디어와 손그림을 제안하고 캐릭터의 이름까지 직접 짓기도 한다”고 말했다.


봉제인형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는 ‘아티스트와의 싱크로율’을 꼽았다. 관계자는 “봉제인형 특유의 귀여움을 살리면서도 멤버 고유의 눈매와 점, 헤어스타일 등을 정교하게 반영해 보는 순간 누구를 표현한 캐릭터인지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며 “단순히 귀여운 인형이 아니라 멤버의 개성과 매력을 담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아티스트의 특징을 반영한 굿즈는 팬에게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일상에서도 아티스트를 경험하도록 해 팬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무대 위 아티스트를 그대로 축소하기보다 팬이 좋아하는 특징을 캐릭터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캐릭터가 아티스트와 별개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핵심 팬덤 밖에서도 통하는 외형과 이야기, 반복해서 꺼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아티스트의 인기에 기대 비슷한 상품만 늘릴 경우 팬의 피로를 키울 수도 있다. ‘아티스트와 닮았다’는 출발점을 넘어 캐릭터 자체를 좋아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로 꼽힌다.


포토카드가 지갑이나 바인더 안에 보관된다면 캐릭터 인형은 가방 밖으로 나와 옷차림의 일부가 된다.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르지 않는 날에도 캐릭터는 팬과 함께 출근하고 이동한다. 케이팝 캐릭터 IP의 확장은 공연장과 컴백 기간에 머물던 팬 경험을 일상 전체로 늘리는 과정이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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