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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되려면 진작 연극 했어야”…33년차 배우 차인표가 찾은 무대의 진가[현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8.12 11:20
수정 2026.08.12 11:20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존 키팅 역 출연

후배 연극인들과 함께 만드는 앙상블.."팀플레이 중요성 느껴"

“저희 어머니가 84세신데 이번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애 첫 관극이었습니다. ‘인표야, 네가 대표작을 바꾸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문자를 주셨어요. 어머니의 그 평가 하나로 전 꿈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차인표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놀(NOL)씨어터 우리카드홀에서 열린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차인표는 33년 만에 처음 도전한 연극 무대에서 비로소 깨달은 배우로서의 소회와 진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오랜 시간 자신을 따라다녔던 데뷔작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그늘을 벗어나,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대 위에서 ‘새로운 대표작’을 완성해 낸 순간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차인표가 가장 강조한 것은 무대가 준 연기적 배움과 깨달음이었다. 차인표는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배우가 되려면 진작 연극을 했어야 하는구나’ ‘좀 일찍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후회를 많이 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과거 연극 대본 제안을 많이 받았음에도 길고 고된 연습 기간과 대중 연예인으로서 안주했던 삶 때문에 늘 우선순위에서 밀어두었지만, 직접 무대에 올라보니 배우로서 꼭 거쳤어야 할 필수적인 과정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차인표는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는 대사를 수백 번, 수천 번 주거니 받거니 할 시간도 없고 환경도 안 되지만, 연극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대에 오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극 무대에서 느낀 가장 큰 성취로 연습의 힘과 앙상블을 꼽은 차인표는 “수백 번 연습을 쌓고 나니 새로운 도전을 하더라도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며 “연극은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축구 경기처럼 팀 전체가 합을 제대로 맞춰야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사가 순간 떠오르지 않을 때 뒤에서 학생 배우들이 작은 소리로 짚어주고 애드리브로 메워주는 과정을 겪으면서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앙상블의 진짜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 차인표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차인표는 2009년 ‘잘가요 언덕’을 통해 소설가로 데뷔하고 ‘인어 사냥’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등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다만 배우의 영역에선 ‘대중 연예인’에 머물러 있었다.


차인표는 “틀에 박힌 삶을 살다 보니 늘 연극을 마음 뒤에 두고도 선뜻 도전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도전에 불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도전했을 때 얻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소설가로서 이미 경험했다. 하나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갈 수 있는 용기를 얻어 이번 연극 도전을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9년 미국, 엄격한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로,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키팅이 입시와 성공만을 강요받던 학생들에게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벌어지는 변화를 다룬다. 1989년 개봉 당시 ‘한 세대의 영혼을 흔든 문학적 선언(뉴욕 타임즈)’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쥐었던 톰 슐만의 원작 극본을 바탕으로 한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공연 ⓒ마스트인터내셔

극에서 차인표는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맡았던 존 키팅을 연기한다. 차인표는 6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연기하는 키팅을 30년의 세월을 더 살아본 ‘늙은 키팅’이라고 정의했다. 차인표는 “영화 속 30대 키팅은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 살아보지 않았기에 경험적 확신이 부족했을 수 있지만, 나는 그 사람이 살지 않은 30년의 세월을 더 살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틀 속에서 태어나지만 세상에는 다른 선택지도 존재한다’는 말을 진심을 담아 관객들에게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극 중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 닐 페리를 연기하는 후배들을 보며, 고등학교 3학년 때 학력고사를 앞두고 세상을 떠난 실제 짝꿍을 떠올렸다고 언급했다. 차인표는 “40년을 살아보니 학력고사를 망치고 좋은 학교를 못 가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고 다른 길이 있고, 행복하더라고 말하고 싶다”며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했던 제 친구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 다른 선택지가 있단다’라는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청소년들에게 건네고 있다”고 밝혔다.


무대 위에서 직접 관객과 숨 쉬는 경험은 차인표에게 배우로서의 삶을 지속할 커다란 자양분이 됐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객석 모니터를 보며 관객들의 에너지를 느끼고, 커튼콜 박수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주고받는다”는 차인표는 연극이 가진 생동감에 깊이 매료된 모습을 보였다.


차인표는 “연극이 이렇게 매력적인 줄 알았더라면 진작 시작했을 것”이라는 회한을 다시 한번 전하며, “뒤늦게 무대의 맛을 깨달은 만큼 앞으로도 배우로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 좋은 작품이 있다면 연극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차인표는 이날 자신이 쓴 장편소설 ‘인어 사냥’이 연극 무대로 제작된다고 밝혔다. 다만 차인표가 직접 연극을 제작하거나 출연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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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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