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우예요”…15년 만에 다시 날아오른 전미도의 ‘갈매기’ [현장]
입력 2026.08.12 16:51
수정 2026.08.12 17:01
15년 만에 돌아온 극단 맨씨어터 대표작
8월 31일까지 서울 광진구 티켓링크 1975 씨어터
상처 입은 갈매기처럼 처절하게 부딪히면서도 "나는 배우"라고 외치는 영혼.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명작 연극 ‘갈매기’가 15년 만에 극단 맨씨어터의 무대로 돌아왔다.
김정 연출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진행된 연극 ‘갈매기’ 프레스콜에서 “자의적인 변형보다는 체호프 고전 희곡이 가진 본래의 무게감과 언어의 힘에 주안점을 뒀다”라며 “비극과 상실에 머무르기보다 이를 털어내고 나아가는 고전 자체의 생명력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배우 전미도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의 프리뷰를 마치고 본 공연에 돌입한 ‘갈매기’는 1896년 발표된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하나로, 혁신적인 예술을 꿈꾸는 청년 뜨레쁠레프와 배우를 향한 열정을 품었으나 냉혹한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는 니나를 중심으로 삶과 예술,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이번 무대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배우 전미도의 연극 컴백이다. 뮤지컬과 드라마를 거쳐 올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른 전미도는 2018년 연극 ‘오슬로’ 이후 8년 만에 연극 무대를 찾았다. 그가 선택한 역할은 2011년 극단 맨씨어터 초연 당시 연기했던 주인공 니나다.
2007년 설립된 맨씨어터의 창단 멤버이기도 한 전미도는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땐 나이가 많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겨 고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8년 만의 연극 무대라면 고향과도 같은 극단 작품으로 돌아오는 것이 뜻깊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본을 다시 잡았고, 과거와 다른 감정의 맥락을 포착하며 용기를 냈다.
15년이라는 시간은 인물 해석의 깊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15년 전에는 순수하게 배우를 꿈꾸는 깨끗함과 생경함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그 순수함 밑에 깔린 불안과 두려움, 어두운 환경에서 비롯된 삶의 고통까지 느껴졌다”라며 “4막에서는 과거보다 더 풍성하고 깊이 있게 인물의 고통스러운 면들을 표현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용기를 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왼쪽부터) 배우 우현주, 임철수, 전미도, 이동하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극단 대표이자 배우로 출연한 우현주는 “전미도가 지닌 연기력과 매력이 물오른 시기에 그의 니나를 다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극 중 1막과 4막 사이 서사상의 시차는 2년이지만, 실제 인물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는 20년에 맞먹는 만큼 이를 표현해 낼 적임자였다”고 섭외 배경을 밝혔다.
김정 연출은 대사의 정교한 정돈을 통해 인물들의 언어를 입체화했고, 중대극장 규모에 맞춰 인물 간의 관계와 거리를 시각적 구도로 명확히 배치했다. 특히 무대 위 호수의 물이 점점 차오르는 시각적 연출과 인물의 심리를 반영한 음악을 가미해 극적 몰입감을 더했다.
주요 캐스팅진의 신뢰감 있는 연기합도 눈길을 끈다. 뜨레쁠레프 역으로 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임철수는 자신의 2004년 연극 데뷔작이었던 ‘갈매기’로 돌아온 감회를 밝혔다. 그는 “시간이 흐른 뒤 좋은 선후배들과 다시 작업한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라며 “벌써 공연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아쉬울 만큼 하루하루 소중하게 연기하고 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유명 작가 뜨리고린 역의 이동하는 “스스로를 미워하고 결핍을 느끼는 인물의 내면적 공허함을 표현하고자 했다”라며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치열하게 고민해 만든 무대인 만큼 후회 없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라고 관람을 독려했다.
과거 뜨리고린을 연기했던 박호산 역시 의사 도른 역으로 분해 인물과의 높은 체화율을 선보이며 극의 깊이를 더한다. 여기에 이대연, 양소민, 황영희, 강진휘, 이은, 권겸민 등이 합류해 빈틈없는 앙상블을 완성했다.
연극 ‘갈매기’는 8월 31일까지 서울 광진구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