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하영 증조부 안상호, 명백한 친일 행위”
입력 2026.08.15 10:09
수정 2026.08.15 10:09
“친일인명사전 미등재, 면죄부 아냐…후손 향한 연좌제적 비난은 경계”
민족문제연구소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인 의사 안상호의 행적을 두고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선대의 과오를 후손에게 전가하는 연좌제적 비난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하영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5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연구소는 전날 공식 홈페이지에 안상호 관련 논란에 대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입장을 게재하고 안상호의 친일 행적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연구소는 “안상호는 대한제국 관립일어학교와 도쿄 자혜의원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전문직 의사였지만 화려한 이력 이면에 친일·부일 협력 행적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안상호는 1909년 안중근 의사에게 피살된 이토 히로부미를 추도하기 위해 추진된 ‘국민대추도회’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1914·1918·1920년에는 일제의 지방행정 보조기구인 경성부 협의회원에 임명됐으며, 1922년부터 1927년까지 경성 종로금융조합 조합장을 지냈다.
1916년에는 내선융화를 표방한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1924년부터는 반일운동 배척과 내선융화를 내건 동민회 회원 및 평의원으로 활동했다.
연구소는 대정친목회를 “이완용·민영휘·조중응 등 거물 친일파를 중심으로 결성된 친일 엘리트의 모임”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당시 시대적 상황과 단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안상호가 평의원으로 참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밝혔다.
안상호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연구소는 2009년 사전 발간 당시 축적한 자료만으로는 안상호의 행적이 선정 기준에 미달해 수록을 보류했다면서도 “이름이 수록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곧 친일 행적이 없다는 뜻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직 종사자는 친일인명사전에서 제외됐다는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연구소는 “전문직 여부는 면책 사유가 될 수 없었다”며 친일 행위의 자발성과 반복성, 지속성 및 식민통치기구에서 맡은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영 개인을 향한 연좌제적 비난에는 선을 그었다. 연구소는 “역사적 과오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은 행위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선대의 과오에 대한 단죄를 후손에게 전가하는 연좌제적 발상은 민주 사회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논란의 본질은 하영이 친일 인사의 후손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이를 자랑스럽게 언급한 데 있다고 짚었다.
하영은 지난 7일 KBS 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자신이 4대째 의사 집안임을 공개했다. 이후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알려지자 지난 12일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무지한 상태에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왔다”며 사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