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사랑을 믿게 만드는 순간…신성록·조정은의 ‘드라큘라’ [헬로스테이지]
입력 2026.08.16 13:33
수정 2026.08.16 13:34
‘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서 터진 객석의 환호…거대한 무대가 더한 몰입감
뮤지컬 ‘드라큘라’를 처음 접한 관객에게 이 작품의 사랑은 낭만적이라기보다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익히 알려진 뱀파이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 예상보다 훨씬 뜨겁고 자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놀랄 수도 있다.
뮤지컬 ‘드라큘라’ 신성록 스틸컷 ⓒ오디컴퍼니
지난달 29일 낮 공연에서 드라큘라로 무대에 오른 신성록은 큰 체격과 선명한 이목구비,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등장부터 시선을 붙잡았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의 위압감과 미나 앞에서는 400년 동안 한 사람을 기다려온 남자가 되는 양면성을 오간다. 강렬한 외형과 존재감은 미나가 드라큘라에게 매혹되는 설정에도 힘을 실었다.
이날 객석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순간은 신성록과 조정은이 함께 부른 대표 넘버 ‘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Loving You Keeps Me Alive)였다. 두 배우가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이밖에도 신성록이 등장하거나 대표 넘버가 끝날 때마다 이어지는 적극적인 반응에서는 오랜 시간 사랑받은 작품과 인기 배우가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대극장 뮤지컬 특유의 열기도 체감할 수 있었다.
제목은 ‘드라큘라’지만 작품의 감정을 완성하는 데는 미나의 역할도 중요하다. 조나단과 결혼을 앞두고 있으면서 드라큘라에게 걷잡을 수 없이 이끌리고, 끝내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넘어서는 선택은 이야기만 놓고 보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신성록, 조정은 ⓒ오디컴퍼니
조정은은 혼란과 두려움, 죄책감이 사랑으로 기울어가는 과정을 차곡차곡 쌓으며 이를 설득한다. 특히 후반부 장면에서는 인물의 선택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그 감정에는 따라가게 만든다. 처음에는 ‘사랑 때문에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던 관객도 어느 순간 두 사람의 비극에 감정이입하게 된다. 신성록이 초월적인 존재인 드라큘라를 완성한다면 조정은은 비현실적인 사랑에 인간적인 감정을 부여한다.
이번 시즌 공연장인 LG아트센터 서울의 엘지 시그니처(LG SIGNATURE) 홀도 작품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넓고 높은 무대 위에 드라큘라가 사는 거대한 성을 비롯한 고딕풍의 공간이 펼쳐지고, 4중 회전무대를 활용한 공간 전환이 19세기 유럽의 음울한 분위기를 살린다. 대형 세트가 넓은 공간을 채우면서 관객까지 드라큘라의 성 안에 들어온 듯한 규모감을 만들어내 몰입도를 높였다.
‘드라큘라’는 이성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 이야기다. 그럼에도 프랭크 와일드혼의 강렬한 음악과 압도적인 무대, 무엇보다 신성록과 조정은이 쌓아 올린 감정은 그 간극을 메운다. 말이 되지 않는 사랑을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만큼은 믿게 만드는 것. ‘드라큘라’가 오랜 시간 대극장 인기작으로 사랑받은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10월 1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