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러시아 영해, 운항 허가·경제제재 등 외교 문제 ‘변수’ [D-8 북극항로]
입력 2026.08.14 06:00
수정 2026.08.14 06:00
정기 운항하려면 ‘외교’가 핵심
러시아 협조 속 경제제재 피해야
정부 “미·러 승인 절차 문제없어”
미·러 역학 관계 속 국익 관철해야
북극 빙하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첫 출항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극항로가 정기 항로로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미국과 러시아 등 서방과의 외교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한국 선박이 통과 예정인 북극항로(북동항로, NSR)는 53%가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을 지나간다. 이 때문에 북극을 가로지르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북극항로는 단순히 국제수역을 따라 선박이 자유롭게 통항하는 항로와는 성격이 다르다. 러시아는 NSR 전체를 하나의 관리 체계로 본다. 항로를 운항하려는 선박에 대해 사전에 운항 정보를 제출하고 필요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추진하는 시범 운항은 러시아 영해뿐 아니라 EEZ와 일부 내수 구간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어 러시아와의 실무적인 협의가 필수다. 선박의 항행 일정과 운항 구간, 안전관리 등을 둘러싼 사전 조율이 제대로 이뤄져야 실제 운항이 가능하다.
북극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기상과 해빙 상황 등에 따라 운항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러시아 측 허가와 협의는 사실상 시범운항의 출발점이다.
정부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현재 한·러 간에 특별한 외교적 갈등이 없는 만큼 러시아 측 운항 승인을 받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러시아 역시 향후 북극항로를 경제적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를 생각하면 우리 정부와 긍정적 관계 정립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북극항로 운항에는 미국의 인정도 있어야 한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국 선박의 북극항로 운항이 대(對)러 경제제재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시범 운항에 앞서 북극항로의 실제 운항 가능성과 경제성, 안전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란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러시아 경제제재를 고려해 한국 정부는 운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비용과 계약, 항만 이용, 선박 지원 등 부수적인 행위까지 자세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만약 이번 시범 운항에서 제재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향후 북극항로 정기운항에도 부담이 된다.
결과적으로 북극항로 개척은 험난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시험대이자, 복잡한 국제 역학 관계 속에서 국익을 관철해야 하는 고도의 외교전이다.
외교부 극지협력 대표를 지낸 정병하 주뉴질랜드 대사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과거엔 (북극이) 꽁꽁 얼어 단절된 곳이었지만, 이젠 빙하가 녹으면서 우리와의 연계성이 높아졌다”며 “경제적 기회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북극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차세대 쇄빙선은) 북극권 개발의 핵심 부분 중 하나”라며 “그 핵심 기술을 우리가 개발해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 외교적 대화를 통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고, 이런 기회에서 올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