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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는 돈보다 많이 투자한 '에이비엘바이오'의 속사정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8.13 16:13
수정 2026.08.13 16:19

미래 먹거리 하반기부터 시험대… 연말 '지바스토미그' 3상 진입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가 7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돈의 약 1.5배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올 하반기부터 주요 신약 후보물질의 후기 임상 진입 및 파트너사 미팅이 본격화되는 만큼, 관련 기술 보강과 파이프라인 고도화에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제 값'으로 팔기 위해 미래 먹거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에이비엘바이오가 집행한 누적 경상연구개발비는 488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32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주요 임상과 글로벌 협상을 앞두고 기술 몸값을 높이기 위해 외부 기술 도입에 주로 활용됐다.


대표적으로 에이비엘바이오는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을 위해 스위스 론자(옛 시나픽스)로부터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확보했다. 블록버스터 항암제 '엔허투'에 쓰인 항암 성분 엑사테칸이 담겼다.


ADC는 항암 약물에 항체라는 네비게이션을 붙여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치료제다. 론자의 링커 페이로드는 약물과 항체가 떨어지지 않도록 이탈을 최소화한 기술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를 통해 ADC 신약 후보물질 2종(ABL206·ABL209)의 초기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간판인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도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중항체가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가 면역항암제다. 암세포는 여러 경로로 면역 공격을 피한다. 이때 이중항체를 적용하면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가깝게 맞붙여, 잠자던 면역세포를 깨울 수 있다. 제한적이던 항암 효과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T세포를 깨워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방식이 '그랩바디-T'다. 한쪽으로 암세포를, 다른 쪽으로 면역세포를 붙잡는다. 암이 있는 부위에서만 공격을 개시한다. 위암 신약 지바스토미그가 대표 주자다. 미국 노바브릿지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중항체가 효과적인 또 다른 분야가 뇌 질환이다. 뇌 질환 치료가 어려운 건 외부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뇌혈관장벽(BBB) 때문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BBB 통과 기능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해 '그랩바디-B'를 키우고 있다. 방어벽의 통로와 치료 약물을 양쪽 팔로 동시에 붙잡아 약을 뇌 안까지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이처럼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올 하반기부터 후속 파이프라인이 순차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먼저 임박한 것은 그랩바디-T 계열 면역항암 신약 라기스토미그(ABL503)의 임상 1상 결과다. 안전성과 초기 약효를 확인한 데이터가 하반기 나온다. 좋은 성적이 확인되면 다음 임상 단계나 기술수출 협상의 발판이 된다.


뇌 질환 분야에서는 파트너사 일라이릴리와의 공동연구 미팅이 연내 예정돼 있다. 그랩바디-B가 항체를 넘어 유전자치료제(siRNA)와 효소까지 전달할 수 있는지 함께 들여다본다. 그간 간과 신장에만 쓰이던 siRNA가 근육까지 전달하는 데 성공하면, 치료제가 없던 근육 질환 시장을 새롭게 공략할 수 있게 된다.


오는 12월에는 미국에서 그랩바디-T 계열 위암 신약 지바스토미그의 허가용 임상 3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바스토미그의 자체 상업화와 기술수출(L/O)을 동시에 타진하고 있다. 가장 지바스토미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설명이다.


필요한 실탄은 아직 넉넉하다.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650억원으로 지난해 초와 비교해 6배 가까이 늘었다. 일라이 릴리 등과 진행한 일부 기술수출 계약의 선급금이 순차적으로 유입된 데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지분 투자까지 이뤄지며 자금 부담을 덜었다.


다음 과제는 R&D 투자를 실질적인 기업 가치 제고로 연결하는 일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도 지난달 R&D 행사를 통해 "(주가 하락 등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어쩌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고, 바닥을 치면 결국 실적이 남는다"며 "기술수출뿐만 아니라, 향후 진행되는 임상 데이터를 통해 충분히 에이비엘바이오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그랩바디, ADC 신약 후보물질 등 핵심 사업 영역을 중심으로 개발 단계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집행하고 있다"며 "지바스토미그의 연말 임상 3상 진입에는 변동이 없으며, 동시에 다양한 사업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수령 가능한 마일스톤 규모 등은 공시 사항인만큼 별도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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