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노숙인 퇴거 명령' 갈등 격화…"대책 수립부터" "여행객 불편 초래"
입력 2026.08.12 18:14
수정 2026.08.12 18:16
노숙인 인권단체 "필요한 보호 제공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야"
인천공항공사 "무분별한 노숙 행위, 공항 이용객 안전 저해 우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홈리스행동
인천국제공항 측의 노숙인 퇴거 명령에 대한 인권단체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인권단체 측은 "홈리스(노숙인)에게는 필요한 보호와 복지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대책 및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공사 측은 "일부 노숙인이 여객동선 내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여행객 불편을 초래해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불가피한 퇴거 명령이었다고 주장했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12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출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공항 노숙인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방기에 따른 결과"라며 "임시라도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지원체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퇴거와 단속으로 노숙인을 다른 장소로 밀어내는 것은 문제를 다른 곳으로 전가할 뿐"이라면서 "인천공항공사는 퇴거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인천시를 향해서도 "거리 노숙인 지원체계의 공백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며 "관행적으로 해오던 시설 입소 권유가 아니라 지원주택과 임시 주거지원 등 노숙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긴급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폭염이 지속되면서 무더위를 참지 못한 노숙인들이 냉방설비가 잘 되어있는 인천공항으로 몰려들며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날 "무조건적인 강제 퇴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숙인이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지자체·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사 측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천공항에는 노숙인 16명이 상주하고 있다. 지난 1~7월 인천공항 내 여행객·상주직원·상업시설 등지에서 노숙인 관련 민원은 총 24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노숙인이 쓰레기를 모아둔 장소에서 악취가 발생했다' '여행객에게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질렀다' '야간에 노숙인이 벤치에 누워있어 교통약자가 서서 버스를 대기했다' '식음시설 앞에서 음주를 하고 여행객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등의 민원이었다.
공사 측은 "공항시설법 제56조 7항에 따라 공항 내 노숙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공항운영자는 위반행위 제지 및 퇴거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수 여객이 밀집하는 휴가철에는 공항 질서유지 및 안전관리가 최우선으로 요구되며, 무분별한 노숙행위는 공항이용객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지자체 및 자활기관과 협력해 노숙인의 자립 및 사회복귀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퇴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더라도 강제 퇴거에 앞서 임시 주거 지원 및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설립 등 근본적인 보호·지원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천공항 같은 곳에 가지 않아도 안전하게 있을 수 있고 급할 때 밤을 지낼 수 있는 시스템들을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