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관광③] 글로벌 여행 플랫폼으로 쏠리는 고객…K여행 생태계 종속될라
입력 2026.08.13 07:00
수정 2026.08.13 07:00
트립닷컴 MAU 5년 만에 25배…해외 플랫폼 고속 성장
고객 쏠리면 상품·데이터도 집중…해외 OTA 의존 확대 우려
의존 확대시 국내 여행업계 협상력 약화
“국내법 집행력 강화하고 토종 기업 지원 강화해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의 국내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이들의 시장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국내 여행·숙박 생태계의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트립닷컴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77만명으로 집계됐다.
놀(NOL·452만명)과 여기어때(381만명)를 처음으로 앞지르며 주요 종합여행 플랫폼 가운데 이용자 수 1위에 올랐다.
트립닷컴의 MAU는 2021년 6월 19만명에서 2024년 6월 104만명, 지난해 11월 220만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약 5년 만에 25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MAU 1위를 차지했다는 이유 만으로 트립닷컴이 국내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글로벌 이용자망을 내세워 영향력을 지속 확대할 경우 국내 여행업계의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여행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온라인 여행 플랫폼 시장은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숙박·항공 등 공급자가 몰리고, 상품이 다양해지면 다시 이용자가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작용하는 시장이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플랫폼에 축적되는 고객 데이터도 많아지면서, 이는 다시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약 과정에서 축적된 선호 지역과 숙박 유형, 가격대, 예약 시점 등의 데이터는 상품 추천과 검색 결과 배치, 맞춤형 광고와 프로모션 등에 활용된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다시 이용자가 유입되면서 플랫폼의 경쟁 우위가 더욱 강화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가 해외 여행 플랫폼을 중심으로 강화될 경우 국내 플랫폼은 예약 건수와 중개 수익은 물론 고객 접점과 데이터 확보에서도 밀리면서 경쟁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동시에 플랫폼을 주요 고객 유입 창구로 활용하는 국내 여행·숙박업체 역시 이용자가 몰리는 해외 플랫폼을 외면하기 어려워지면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쇼핑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데일리안
특히 해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국내 여행·숙박업체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결국 고객과 유통망에 대한 국내 여행산업의 주도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숙박업체는 국내외 여러 OTA와 자체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판매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특정 플랫폼에 집중될 경우 수수료와 프로모션, 가격 정책, 상품 노출 방식 등 거래 조건을 둘러싼 협상에서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숙박업체의 수익성과 직접 맞닿아 있는 것이 수수료다. 플랫폼을 통한 예약 비중이 높아질수록 해당 플랫폼과의 거래를 중단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수수료율을 둘러싼 협상에서도 숙박업체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부킹닷컴·아고다·익스피디아·트립닷컴 해외 OTA 4사는 국내 호텔업체들에 평균 16.5% 이상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OTA의 평균 수수료율은 그 절반 수준인 10% 초반대다.
계약 형태와 거래 조건 등에 따라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해외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까지 높아질 경우 향후 수수료율 인상이나 조건 변경에 대응할 수 있는 숙박업체의 협상 여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국의 트립닷컴 반독점 제재는 플랫폼 영향력이 커질 경우 숙박업체의 거래 조건까지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달 트립닷컴그룹이 온라인 호텔 예약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과징금과 위법소득 몰수 등 총 51억7900만 위안(약 1조1000억원)의 제재를 내렸다.
트립닷컴은 일부 호텔에 경쟁 플랫폼과 거래하지 않도록 요구하거나 자사 플랫폼의 객실 가격을 온라인 최저가로 유지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따르지 않은 업체에는 상품 노출 제한이나 주문 적립금 공제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행위가 호텔의 거래 상대방 선택권과 가격 결정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해 이 같은 제재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자국 플랫폼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와 제재에 나설 수 있었던 반면, 국내에서는 해외 플랫폼과 숙박업체 간 협상력이 기울더라도 규제 집행이나 분쟁 해결에 제약이 있어 신속한 시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외 OTA의 영향력이 더 커지기 전에 국내외 사업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에도 국내 규제가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집행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한국 관광④]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 안방 내줄라…체질 바꾸는 K여행>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