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장사, 남는 게 있어야죠”…서울시 ‘야간경제’ 외식업 살릴까
입력 2026.08.13 06:26
수정 2026.08.13 06:26
달빛야장·심야교통 확대로 골목상권 야간 소비 촉진
외식업계 “매출 회복 기대”…인건비·운영비 부담은 숙제
달빛야장 직접 비용지원 없어…서울시, 내주 세부안 공개
서울 중구 을지로 야장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즐기고 있다.ⓒ뉴시스
서울시가 ‘서울의 밤’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면서 장기간 침체를 겪어온 외식업계에도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야외 테이블 영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심야 교통과 문화 콘텐츠를 확대해 밤 시간대 유동인구를 늘리는 정책이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서다.
야간경제 활성화는 코로나19 이후 회식 문화 위축과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음식점과 주점에 매출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규모 시설 투자 없이 기존 점포와 골목상권을 활용해 체류시간과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밤 시간대 유동인구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점주들이 영업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비용 부담을 낮추는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민선 9기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로 ‘야간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화·관광·상권·교통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의 야간 체류시간을 늘리고, 이를 골목상권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경제실 내 전담팀도 신설한다.
야간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와 골목상권의 어려움이 자리한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일정 부분 회복됐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에 임대료·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일부 인기 상권을 제외한 상당수 골목상권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급감했던 매출은 일부 회복했지만 장사가 잘되는 몇몇 ‘핫플레이스’를 제외하면 상당수 골목상권은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는 자영업·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서울의 고용 구조상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서울시는 런던과 암스테르담, 도쿄 등 일찍부터 야간경제 육성에 나선 해외 주요 도시의 사례를 참고해 ‘서울형 야간경제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야간 활동을 관광과 소비로 연결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문화·서비스 산업의 일자리 창출까지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거리에 시민들이 북적이는 모습.ⓒ뉴시스
외식업계가 주목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는 ‘서울 달빛야장’이다. 서울시는 최근 종로3가와 을지로 등을 중심으로 야외 취식 수요가 증가한 점에 주목해 야장을 지역 야간경제의 핵심 콘텐츠로 육성하기로 했다. 올해 5곳에서 시범 운영하고 2028년까지 총 25곳으로 확대한다.
달빛야장 조성의 핵심은 야외 영업을 둘러싼 규제를 풀고 상권별 갈등을 함께 관리하는 데 있다. 화장실과 흡연구역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상권 홍보와 행사 개최도 지원한다. 지금까지 야장은 도로 점용과 옥외영업 규제 등에 가로 막혀 일부 상권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돼 왔다.
또한 일부 지역의 야외 테이블 영업은 소음과 쓰레기, 보행 불편 등을 이유로 민원이 발생하면서 단속 대상이 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앞으로 단속 위주의 관리에서 벗어나 일정한 기준 아래 야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이 한강달빛야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뉴시스
◇ “사람만 모아선 부족”…외식업계, 실질 지원책 요구
외식업계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던 야외 테이블 영업을 제도권 안에서 확대할 수 있는 데다 서울시가 상권 홍보와 환경 개선까지 지원할 경우 야간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관건은 늘어난 유동인구가 외식업체의 실질적인 수익 증가로 이어지느냐에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야간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더라도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을 상쇄할 만큼 수익이 늘지 않는다면 업주들이 영업시간을 연장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음식점이 기존보다 영업시간을 늘리려면 그만큼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전기료와 가스비 등 고정비 부담도 늘어난다. 특히 심야시간대 매출이 추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웃돌지 못한다면 손님이 늘더라도 영업시간을 연장할 유인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야간경제 정책이 일회성 행사나 일부 인기 상권의 야장 확대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람을 모으는 정책’과 함께 실제 사업자가 밤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지금은 경기 침체로 영업시간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려는 업주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야간 영업을 늘리려면 추가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특구를 지정해 야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만으로는 일반 음식점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교통과 주차 문제를 비롯해 실제 업주들이 야간 영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구로 지정되지 못한 지역과의 격차도 풀어야 할 과제다. 지원이 특정 상권에 집중될 경우 이미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더욱 활성화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침체된 골목상권은 정책 효과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야간 소비의 활기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야장 조성과 행사, 홍보 등 초기 지원으로 방문객을 끌어모으더라도 지원이 줄어든 이후 상권 스스로 수요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외식업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야간경제 활성화가 침체된 상권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상인들의 수익성과 주민들의 생활권을 함께 고려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운영 방안이 마련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달빛야장에는 현재 인건비나 운영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야외 영업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주민·상인·자치구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민원과 운영 문제를 조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서울시 경제실에서 야간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관계자는 “달빛야장과 관련해 별도의 인건비 지원 계획은 없다”며 “야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상생협약과 협의체 등을 통해 주민과 상인이 함께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재 사업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달빛야장을 포함한 서울시의 전체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은 아직 세부안을 마련하는 단계다. 서울시는 경제실 내 야간경제팀을 신설해 여러 부서에 흩어진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다음 주 예정된 기자 브리핑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서울시 경제실 경제정책 팀장은 “야간경제는 서울시 여러 부서의 사업이 함께 연계돼 있어 개별 사업별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