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역설] 李 ‘결혼 페널티’ 해소 예고…규제로 막고 정책대출로 푸나
입력 2026.08.10 16:18
수정 2026.08.10 16:30
李, 대출·청약·세제 22개 과제 제시
디딤돌·버팀목 소득요건 완화 거론
주담대 옥죄고 정책금융 확대 ‘상충’
1인가구·중장년층 역차별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층 실수요자의 결혼 페널티를 해소하겠다며 대출·청약·세제 관련 22개 과제를 제시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결혼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없애겠다고 예고했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청년층 실수요자의 불만이 거세지는 가운데 디딤돌·버팀목 대출과 보금자리론 등의 소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대출 조이기에 집중하던 금융당국이 대통령 지시로 그동안 높여온 대출 문턱을 스스로 허물어야 하는 엇박자 상황이 연출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청년층 결혼 페널티 해소를 위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8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청년들이 국가 정책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결혼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제도상 불이익을 면밀히 조사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디딤돌 대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보금자리론, 전세사기피해자 주택 대출, 생애최초, 신생아 특례대출 등을 포함해 결혼 페널티 해소를 위한 22개 과제를 직접 제시했다.
1인 가구일 때는 소득 요건을 충족하던 청년들이 결혼하고 배우자와 소득이 합쳐지면서 정책대출에서 제외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선 대통령이 제도 개선을 주문한 이들 정책 대출의 소득 요건 완화가 추진될 것으로 내다본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맞벌이 소득 기준 확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대상 확대, 청약 시 신혼부부 특별공급 요건 완화 및 결혼 후 주택 보유에 따른 세제 불이익 개선 등이 언급된다.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10억4000만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만큼 주택가액을 상향 조정해 정책 대출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정책대출 문턱을 낮추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소득 제한이 걸려 대출을 받지 못했던 청년·신혼부부 수요가 디딤돌·버팀목 등 저리 정책금융 문턱이 낮아지면 대거 쏠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에선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올리고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등 당국의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신혼부부를 중심으로 한 정책대출 물량만 개방하면 정책적 상충은 더욱 심화할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던 전월세 물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을 서두르려는 청년 매수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단 점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매매 등기 8만6834건 가운데 생애 최초 주택 매수는 4만66건(46.1%)으로 집계됐다.
이 중 만 19~39세, 2030 매수 비중은 전체의 66.4%를 차지했다.
비교적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서울 외곽, 수도권 일대 6억~9억원대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계속될 거란 진단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결혼하면 오히려 불리해지는 부분들, 기형적인 구조를 낳는 문제점들은 해결해야 하니 우선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그동안 해오던 총량 관리를 안 할 수는 없고, 가계부채가 무한정 늘어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을 테니 정책대출을 늘린다면 다른 쪽의 대출을 막는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억제와 결혼 페널티 해소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실효성 있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혼부부 중심의 금융 지원 확대는 청년 1인 가구, 비혼 등 다양해지는 가구 형태를 모두 아우르지 못할뿐더러 4050 중장년층에게 또다른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