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 부산 흔든 160분…신곡 '블러디 파라다이스'로 이어간 피의 서사[현장]
입력 2026.08.09 21:46
수정 2026.08.10 01:36
21일 미니 8집 발매
그룹 엔하이픈이 160분 동안 쉴 틈 없이 무대를 몰아쳤다. 격렬한 군무와 라이브를 동시에 소화했고, 강약을 조절한 세트리스트로 긴 공연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오는 21일 발매하는 미니 8집 타이틀곡 '블러디 파라다이스'(Bloody Paradise)를 이번 부산 공연에서 최초 공개하며 컴백에 대한 기대감까지 끌어올렸다.
엔하이픈ⓒ빌리프랩
엔하이픈은 9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월드투어 '블러드 사가 인 부산'(BLOOD SAGA IN BUSAN)을 열고 팬들과 만났다.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열린 이번 공연에는 회당 7000명씩 총 1만 4000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티켓은 선예매 단계에서 전석 매진됐다.
'블러드 사가'는 엔하이픈이 지난 5월 서울 KSPO DOME에서 시작한 네 번째 월드투어다. 서울 공연 이후 상파울루, 리마, 멕시코시티, 댈러스, 샌디에이고, 터코마, 오클랜드, 라스베이거스 등 북남미 8개 도시에서 12회 공연을 펼쳐 19만 3000여명의 관객과 만났다. 데뷔 후 처음 찾은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4만 1000석 규모의 상파울루 스타디움을 매진시켰고, 당초 1회였던 멕시코시티 공연은 3회로 확대됐다. 북남미 투어를 마친 뒤 곧바로 향한 곳이 부산이었다.
여러 도시를 돌며 쌓은 공연 경험은 첫 곡부터 힘을 발휘했다. '나이프'(Knife)를 시작으로 '데이드림'(Daydream), '아웃사이드'(Outside), '브로트 더 히트 백'(Brought The Heat Back), '노 웨이 백'(No Way Back)을 연달아 선보이며 초반부터 강도 높은 퍼포먼스를 몰아쳤다.
엔하이픈은 퍼포먼스와 라이브 어느 쪽에도 무게추가 기울지 않았다. 여섯 멤버가 빈틈없이 맞물리는 군무 속에서도 각자의 목소리와 존재감이 살아 있었고, 표정과 시선까지 곡의 분위기에 맞춰 세밀하게 달라졌다. 초반부터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다음 무대로 넘어갈 때 밀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강한 무대만 연이어 배치한 것은 아니었다. '빅 걸스 돈트 크라이'(Big Girls Don't Cry), '노 다웃'(No Doubt)을 거쳐 '슬립 타이트'(Sleep Tight), '빌스'(Bills), '문스트럭'(Moonstruck)에서는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가져갔다. 움직임이 잦아든 자리에서는 멤버들의 음색과 보컬이 자연스럽게 전면에 나왔다. 이어 '파라노멀'(Paranormal), '블록버스터'(Blockbuster), '모 아니면 도'(Go Big or Go Home), '퓨처 퍼펙트'(Future Perfect)로 다시 속도를 높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강도로 밀어붙이지 않고 힘을 풀었다가 재차 끌어올리며 긴 공연에 리듬을 만들었다.
엔하이픈ⓒ빌리프랩
엔하이픈의 정체성인 뱀파이어 세계관은 공연 곳곳에 녹아 있었다. 무대 사이사이 상영된 VCR과 무대 연출에도 뱀파이어를 모티프로 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담아, 공연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공연 중반을 넘어서자 무대에서도 엔하이픈 고유의 세계관 색깔이 더욱 짙어졌다. '스틸러'(Stealer)에 이어 '드렁크-데이즈드'(Drunk-Dazed), '바이트 미'(Bite Me), '페이트'(Fate), '크리미널 러브'(CRIMINAL LOVE)가 잇달아 등장했다. 빠르게 전환되는 동선과 강도 높은 군무에 곡마다 달라지는 표정과 시선이 맞물리면서 엔하이픈 특유의 어둡고 강렬한 분위기가 극대화됐다.
공연이 정점으로 향하던 순간에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오는 21일 발매하는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의 타이틀곡 '블러디 파라다이스'였다.
이번 부산 공연에서 최초 공개된 '블러디 파라다이스'는 대표곡들이 잇따라 터진 뒤 등장해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아직 정식 발매되지 않은 신곡을 공연의 가장 클라이맥스 지점에 배치했다는 점에서도 자신감이 읽혔다.
'블러디 파라다이스'는 위기 속에서도 오직 눈앞의 서로만을 바라보는 연인의 상황을 낙원으로 표현한 브라질리언 펑크 댄스곡이다. 스텝 중심의 안무와 역동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동작으로 구성됐으며, 거칠고 야성적인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음원 발매에 앞서 무대를 먼저 공개한 만큼 곡의 첫인상은 음악만큼이나 퍼포먼스에서 강하게 남았다.
서울과 부산 공연을 모두 관람한 팬 이윤지 씨는 "'블러디 파라다이스'가 프로모션 스케줄에 포함돼 있어 부산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실제로 공개돼 굉장히 짜릿했다"며 "멤버들이 안무에 대해 언급했던 것처럼 엔진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가 확실한 퍼포먼스였고, 곡의 분위기와 엔하이픈의 매력이 무대에서 더 잘 느껴졌다"고 전했다.
북남미 투어를 사이에 두고 두 국내 공연을 모두 지켜본 만큼 변화도 눈에 들어왔다. 이 씨는 "서울 때와 비교하면 무대 장악력과 에너지가 한층 단단해진 느낌이었다"며 "서울 공연이 투어의 시작점다운 스케일과 긴장감이 강했다면, 부산에서는 한국 팬들과의 호흡이 더 가까이 맞물리면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신곡 무대를 지나면서 공연의 분위기는 한층 자유로워졌다. '로스트 아일랜드'(Lost Island)를 시작으로 '엑스오'(XO), '헬륨'(Helium), '샷 아웃'(SHOUT OUT)이 이어졌다. 멤버들은 팬들의 호응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함께 노래하며 객석과의 거리를 좁혔다. 앞서 촘촘하게 짜인 퍼포먼스로 시선을 붙잡았다면 후반부에는 관객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데 무게를 실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출발한 '블러드 사가'(BLOOD SAGA)는 북남미를 거쳐 부산에 닿았다. 부산 공연은 국내에서 이번 투어를 다시 만나는 자리인 동시에 오는 21일 시작될 새 앨범 활동과 맞닿은 무대가 됐다.
한편 엔하이픈은 오는 21일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를 발매하며 새 앨범 활동에 돌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