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실거주 유도 뒤에 가려진 세입자의 한숨 [기자수첩-부동산]
입력 2026.08.10 07:00
수정 2026.08.10 07:00
정부, 실거주 중심 세제개편안 발표
세입자 대책은 빠져…안전망 마련 절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뉴시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방향은 분명하다. ‘오래 가진 집’보다 ‘오래 산 집’을 우대하겠다는 것이다. 집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실제 거주를 위한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세금에 반영한 셈이다.
물론 실거주를 유도해 투기 수요를 줄이고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 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이번 세제개편안은 주택 보유자에게는 ‘들어가 살라’는 신호를 확실히 줬지만, 전세·월세 시장에서 살아가는 세입자에겐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집주인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제 거주를 선택하면 기존 세입자는 계약이 끝난 뒤 다른 집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이미 서울을 중심으로 전월세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8603건으로 1년 전(2025년 8월6일)보다 9.6% 감소한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고 평균 월세도 160만원에 달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2026년 8월 1주(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1%를 기록한 가운데 수도권(0.19%), 서울(0.25%), 지방(0.04%) 모두 직전 주 대비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성북구(0.49%)를 비롯해 노원구(0.42%), 금천구(0.38%)가 전셋값 상승을 견인했고, 경기도(0.18%)는 용인기흥(0.54%), 안양만안(0.47%), 수원권선(0.44%)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전세 물량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결국 전셋값 상승은 물론 전세의 월세화까지 가속화되며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은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 강화까지 검토하면서 세입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아쉬운 이유다. 세금을 통해 주택 보유자의 행동을 변화시킬지는 비교적 선명하지만 그 변화로 세입자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전·월세 공급을 어떻게 유지할지,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어떻게 낮출지, 주택 공급이 본격화하기 전까지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등에 대한 정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
주택 시장에는 집을 가진 사람 뿐 아니라 그 집을 빌려 사는 사람도 있다. 집주인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것과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지키는 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세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집주인에게 들어가 살라고 하기에 앞서 그 과정에서 밀려날 수 있는 세입자들이 안정적으로 옮겨갈 집이 있는지부터 살피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