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성 확대에 노란봉투법까지…배달플랫폼 '이중고'[규제의 청구서②]
입력 2026.08.07 07:00
수정 2026.08.07 07:00
사용자성·근로자성 동시 확대
노란봉투법 맞물려 단체교섭 확대 우려
노무·노사관리 부담 '이중고'
서울 강남구 한 도로에 이륜차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 범위가 확대된 가운데 정부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까지 추진하면서 배달 플랫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배달 플랫폼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 요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정부는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 기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무 제공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국회에 발의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플랫폼노동협약 취지에 맞게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약에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 사회보험 및 최저임금 적용, 작업중지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정부가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도 이 같은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특고·플랫폼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으려면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했는데, 제도가 도입되면 일감을 주는 사업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근로자로 인정된 배달 라이더 등 특고·플랫폼 근로자에게 사업자는 4대 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 유급휴가 등을 제공할 의무를 지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처럼 배달 라이더 등 특고·플랫폼 근로자의 노동자성을 확대하는 내용의 두 법안을 올해 12월까지 추진하겠다고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제는 이 같은 노동자성 확대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노란봉투법과 맞물릴 경우다.
현재 배달 라이더는 대부분 플랫폼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거나 개인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이 라이더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판단도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으로 사용자의 범위가 직접 고용 관계를 넘어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업주까지 확대되면서, 배달료 체계와 배차 알고리즘, 평가 시스템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기업이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플랫폼 종사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ILO 협약 내용이 반영되고,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라이더의 근로자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될 경우 플랫폼 기업이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배달료 체계와 배차 알고리즘, 평가 시스템 등 플랫폼이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노동조건을 둘러싼 교섭도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종사자의 범위가 넓어지는 동시에, 노란봉투법으로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 범위까지 확대되면서 배달 플랫폼의 노무·노사관리 부담이 이중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근로환경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될 수 있도록 한 법이지만, 배달 플랫폼은 원청과 하청 관계가 한 줄로 정리되지 않고 여러 사업자가 동시에 얽혀 있어 누가 사용자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 추정제와 단체교섭권 확대까지 맞물리면 책임 주체를 둘러싼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상범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사용 종속성이 있는 플랫폼 종사자는 보호해야 하지만, 요건을 엄격히 두지 않고 근로자성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면 노동자가 아닌 사람까지 포함돼 비용 증가와 단체교섭 확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자리 줄고 자율성 잃고…노동자성 확대의 역설[규제의 청구서③]>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