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주가 누르기' 막는다더니…'허점' 남긴 세제개편안

김하랑 기자 (rang@dailian.co.kr)
입력 2026.08.07 07:06
수정 2026.08.07 07:06

장기 저평가 기업엔 효과 제한

잡한 기준에 회피 가능성 지적

재정경제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주가 누르기 방지' 제도를 신설했다.ⓒ데일리안 김하랑 기자

정부가 상속·증여세 회피를 막겠다며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 제도를 처음 도입했지만,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가를 장기간 낮게 유지한 기업에는 제도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복잡한 추정 요건으로 회피 여지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주가 누르기 방지' 제도를 신설했다.


이번 제도는 상속·증여를 앞두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춰 세 부담을 줄이는 행태를 막고,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 상속·증여세는 상속이나 증여를 할 때 주식 가치를 전후 4개월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 때문에 상속을 앞둔 최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할수록 상속·증여세 부담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방식 대신 더 높은 가격으로 세금을 계산하기로 했다.


현재 평가액의 130%와 과거 최대 6년 6개월 평균 주가 가운데 높은 금액을 적용한다.


정부는 이번 제도로 최대주주의 '주가 누르기' 유인을 줄이고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번 개편안이 회피 여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대부분 지배주주는 10~20년에 걸쳐 승계 계획을 세운다"며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동안 저PBR 기업이라는 요건은 일부 기간만 주가를 관리해도 피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 기교만 부각됐을 뿐 일반주주 권익 보호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VIP자산운용은 장기간 주가가 낮았던 기업은 과거 평균 주가 역시 낮기 때문에 새 제도를 적용해도 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짧게 누른 주가는 잡을 수 있지만 오랫동안 눌린 주가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결국 눌린 주가를 다시 기준으로 삼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안이 "오히려 기업에 '주가 누르기 기업'이 되지 않을 회피 방법을 알려주는 꼴"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제시한 저PBR 유지 기간 등 추정 요건을 일부 기업이 편법으로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주가 대신 순자산가치의 80%를 상속·증여세 평가 하한으로 삼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더라도 세 부담은 줄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이처럼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적용 대상과 평가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시장 우려를 반영해 보완될지, 원안이 유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상속세를 줄이려는 유인을 없애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제도가 시장에서 예측 가능하게 작동하려면 적용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회피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하랑 기자 (rang@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