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초보’에서 데이식스의 언어로…영케이, 성실함을 재능으로 [D:PICK]
입력 2026.08.06 14:39
수정 2026.08.06 14:40
200여 곡으로 쌓아 올린 신뢰…정규 2집 ‘영기스트’서 ‘강영현’의 감정까지 꺼내
데이식스(DAY6)의 노래에는 제목만으로도 한 시절이 떠오르는 곡이 많다. 지나간 사랑을 돌아보는 ‘예뻤어’, 빛나는 순간을 기록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까지. 그 문장을 중심에서 써온 사람이 영케이(YoungK)다. 팀의 베이스와 보컬을 맡은 멤버이자 200곡이 넘는 저작권 등록곡을 보유한 창작자, 라디오 DJ와 예능 고정 멤버, 이제는 인스파이어 아레나 3회 공연을 매진시킨 솔로 가수다. 현재의 영케이는 ‘올라운더’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에도 활동 반경이 넓다.
영케이 ⓒJYP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영케이는 처음부터 완성된 밴드맨이 아니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되기 전까지 베이스를 다뤄본 경험조차 없었다. 갑작스럽게 밴드 포지션을 맡은 그는 낯선 악기를 처음부터 익혀야 했다. 그럼에도 데뷔 후에는 단단한 베이스 연주로 곡의 중심을 받치면서, 폭발력 있는 고음과 섬세한 감정 표현을 오가는 보컬로 데이식스 사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주어진 역할을 단순히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것. 영케이의 성장 방식은 분명했다.
이러한 성실함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영역은 작사다. 영케이는 데이식스가 매달 신곡을 발표했던 2017년 ‘에브리 데이식스’(Every DAY6) 프로젝트를 거치며 방대한 작업량을 소화했고, 올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정회원으로 승격됐다. 지난 6월 방송에서 밝힌 저작권 등록곡만 219곡이다. 그러나 영케이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은 숫자보다 그 곡들이 견딘 시간이다. ‘예뻤어’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발매 후 각각 7년과 5년이 지난 2024년 나란히 음원차트 10위권에 진입했다.
영케이의 가사는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감정을 정확한 장면으로 옮기는 데 강점이 있다. 어렵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 불안한 청춘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청자는 그의 노래 안에 자신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대입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노래가 낡지 않고 새로운 세대의 경험과 만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보편성이 자리한다.
영케이 ⓒJYP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성실한 모범생’이라는 이미지는 때로 아티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의 범위를 좁히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발매한 솔로 정규 2집 ‘영기스트’(YOUNGEST)가 중요한 이유다. 영케이는 15곡 전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와 분노, 자유를 향한 욕구 등 그동안 쉽게 드러내지 않았던 감정을 꺼냈다. 타이틀곡 ‘셧 더 도어’(Shut The Door) 역시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은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 언제나 부지런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기억됐던 영케이가 사람들에게 지쳤다고 말하고, 문을 닫은 채 혼자 있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는 기존 이미지를 부정하는 변화가 아니라 영케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확장이다. 그동안 데이식스의 노래를 통해 수많은 사람의 감정을 대신 말해왔다면, 이번에는 타인의 공감을 먼저 계산하기보다 자신이 실제로 느낀 감정에서 출발했다. 팀의 서사를 만드는 데 능숙했던 창작자가 마침내 무대 위 영케이 뒤에 있던 ‘강영현’을 음악의 중심에 놓기 시작한 것이다.
영케이는 어느 한순간의 화제성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 아니다. 처음 잡아본 베이스를 자신의 악기로 만들었고, 사람들이 뒤늦게 발견할 때까지 노래를 썼다. 성실함을 재능으로, 재능을 다시 신뢰로 바꿔온 시간이다.
이제 영케이는 데이식스의 문장을 쓰는 사람을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솔로 아티스트가 됐다. 수많은 사람의 한 페이지를 써준 영케이가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채워나갈 다음 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