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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해남까지 간 케이팝 오디션…기존 캐스팅망 밖 ‘원석’ 찾기 [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06 14:09
수정 2026.08.06 14:09

쏘스뮤직, 해안권 10곳서 현장 심사…2024년 거점 도시 순회보다 촘촘

“집이 거제라 서울까지 가는 것도 힘들다 보니 아이돌이 되는 건 무모한 모험처럼 느껴졌다.”


그룹 리센느(RESCENE) 원이가 데뷔 초기인 2024년 한 인터뷰에서 아이돌을 꿈꾸던 때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그는 지난 6월 JTBC ‘아는 형님’에 나와서도 “거제에는 오디션을 준비할 수 있는 학원조차 없어 부산까지 오가며 학원을 다녔다”고 말했다. 지역에 사는 청소년에게 꿈과 오디션 사이의 거리는 실제 이동 거리만큼 멀었다.


쏘스뮤직 2026 서머 오디션 포스터 ⓒ쏘스뮤직

케이팝(K-POP) 기획사들이 그 거리를 줄이기 위해 직접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과 광역시 등 권역별 거점에서 지원자를 만나는 데서 나아가 보령과 해남, 거제, 여수, 구미처럼 기존 대형 기획사의 공개 오디션에서 자주 보기 어려웠던 도시까지 동선을 넓히는 모습이다. 전국 순회 오디션 자체가 새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익숙한 캐스팅망 밖에 있는 지원자를 만나기 위해 오디션 지도가 한층 촘촘해지고 있다.


쏘스뮤직은 지난 3일부터 오는 23일까지 ‘2026 쏘스뮤직 썸머 오디션’ 지원자를 모집한다. 2008년 이후 출생자라면 성별과 국적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사전 접수자를 심사한 뒤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9월 5일 인천을 시작으로 보령·군산·해남·목포·포항·거제·속초·제주 월평·서귀포 등 해안권 10개 지역에서 현장 오디션을 진행한다.


회사가 밝힌 취지는 해안 지역 청소년들에게 꿈을 펼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쏘스뮤직은 2024년에도 서울·대전·부산·광주·대구·제주 등 6개 도시에서 대면 오디션을 열었다. 당시 일정이 수도권과 광역시, 제주 같은 권역별 거점을 중심으로 짜였다면 올해는 보령·해남·거제·속초 등 중소도시가 대거 포함됐다.


어도어는 지난 1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제주·대전·원주·대구·부산 등 7개 도시를 도는 ‘2026 어도어 보이즈 오디션 인 코리아’를 진행 중이다. 어도어가 오디션 일정을 국내에만 한정해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기획사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보이그룹 멤버를 찾기 위한 전국 공개 오디션을 진행했다. 서울·광주·대전·부산·대구 등 대도시뿐 아니라 여수·천안·구미·제주·춘천·원주를 포함한 13개 도시를 돌았다. 별도의 사전 선발 없이 당일 현장 접수를 받아 지원자가 심사위원 앞에 설 수 있도록 했다.


세 오디션의 공통점은 기획사가 기존의 서울과 오디션 학원 중심 인재풀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곳곳에 새로운 대면 접점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리센느 원이 ⓒSHgold네트웍스

지역으로 넓어진 캐스팅이 아이돌의 다양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거제에서 태어나 약 20년을 산 원이는 데뷔 후 사투리와 낚시,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 등 그곳에서 쌓은 생활 경험을 자신만의 인물성으로 연결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멤버 미나미와 거제를 찾은 영상은 ‘거제 야호’라는 밈을 낳았고, 매끈하게 정제된 아이돌 콘텐츠와 다른 생활감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대도시 지원자들의 ‘중복 노출’도 이유로 들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큰 도시 위주로 오디션을 하면 우리가 본 지원자를 다른 기획사에서도 이미 봤을 가능성이 높다. 눈에 띄는 친구에게 여러 회사가 접촉하고, 지원자도 돌아볼 기획사가 많아 실제로 만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다른 소속사가 아직 보지 못한 친구를 더 빨리 찾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 지원자가 기존 오디션 정보와 심사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지방에는 오디션 학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학원 내방이나 비공개 오디션만으로는 찾기 어려운 인재가 있을 수 있다”며 “회사가 공개적으로 오디션을 알리고 직접 지역을 찾아가면 학원을 다니지 않거나 독학한 지원자도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오디션 포스터에 지역 이름을 더하는 것만으로 아이돌의 얼굴과 이야기가 다양해지는 것은 아니다. 발굴된 지원자는 결국 수도권 중심의 연습생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고, 표준화된 훈련과 제작 과정을 거친다. 넓어진 캐스팅 지도가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새로운 지역에서 사람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지닌 고유한 배경을 데뷔 과정에서도 지우지 않는 기획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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