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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3만장의 착시…상위 1.6%가 지배하는 케이팝 승자독식 생태계 [초점]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8.05 11:05
수정 2026.08.05 11:07

14개 음반이 전체 판매량 45.6% 점유… 손익분기점 넘긴 그룹 3.55% 불과

96% 하부 생태계 버틸 지속 가능한 육성 시스템 구축 필요

2026년 상반기 케이팝 음반 시장은 외형상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한터글로벌이 전 세계 5000여개 온·오프라인 유통처의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케이팝 음반 총 판매량은 4953만 2000여장에 달했다. 이는 기존 최고 기록인 2023년 상반기의 4617만장보다 336만장 이상 증가한 수치이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4%포인트(약 940만 장)나 늘어난 결과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상반기 판매량 증가에는 대형 아티스트의 음반 발매와 상위권 음반의 집중 판매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군 복무 종료 후 활동을 재개한 방탄소년단(BTS)은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초동 판매량 416만장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초동 밀리언셀러(100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한 음반은 총 14장이며, 이들 음반의 합산 판매량은 약 2260만장으로 전체 판매량의 45.6%를 차지했다.


밀리언셀러 집계 명단에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세븐틴,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트레저, 보이넥스트도어, 라이즈, 앤팀, 투어스, 플레이브를 비롯해 엔시티 위시, 코르티스, 알파드라이브원 등이 포함됐다. 시장의 전체 판은 커졌으나 극소수의 매머드급 IP(지식재산권)와 대형 기획사 신인들이 판을 독식하는 구조다.


이러한 승자독식 구조는 케이팝 산업의 장기 통계 구조와도 일치한다.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학과 김정섭 교수가 최근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에 발표한 연구 논문 ‘케이팝 아이돌 음악산업의 생존과 히트 구조: H.O.T. 이후 30년간(1996~2025) 데뷔한 1182개 그룹 전수분석’에 따르면, 케이팝 시장 내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간의 성과 격차는 산업 전반에 걸쳐 지속돼 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1996년 H.O.T. 데뷔 이후 2025년까지 등장한 1182개 아이돌 그룹 중 손익분기점(BEP)의 기준으로 평가받는 ‘단일 앨범 30만장 판매’를 달성한 팀은 단 42개 팀으로, 전체의 3.55%에 그쳤다. 또 단일 앨범 100만장을 판매한 그룹은 19개 팀(1.61%)뿐이었으며, 누적 판매량 1000만장 이상 그룹은 방탄소년단,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엑소, 트와이스, NCT,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 단 8개 팀(0.68%)에 불과했다.


결국 상반기 4953만장이라는 기록 역시 지난 30년간 증명되어 온 ‘상위 1.6%의 독식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3.55%라는 손익분기점의 바늘구멍을 뚫지 못한 나머지 96.45%의 그룹들은 조용히 사라지는 수순을 밟는다. 지난 30년간 데뷔한 아이돌 그룹의 평균 생존 기간은 4.12년으로, 표준전속계약 기간인 7년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데뷔 후 3년 차까지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율은 55.03%로, 전체 그룹의 약 45%가 첫 전속계약 기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3년 이내에 해체되거나 활동을 중단했다.


이처럼 케이팝 산업은 초기 1년에서 3년 사이에 보여주는 시장 성과가 소속사의 투자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고위험·고경쟁 구조를 지니고 있다. 김정섭 교수는 논문을 통해 “무분별한 데뷔를 억제하기 위한 사전 검증 강화, 중소 기획사를 위한 공동 인프라 지원, 그리고 실패 이후의 재도전 구조 마련”을 정책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4953만장이라는 수치적 착시에 안주하기보다, 96%의 하부 생태계가 버텨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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