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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난제 산적한데…한국경제 연구는 26년 만에 최저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8.04 12:00
수정 2026.08.04 12:00

대한상의, 국내 상위 경제학자 112명 논문 6149편 분석

2025년 한국경제 연구 비중 8.4%로 1999년 이후 최저

"평가체계 개편·데이터 거버넌스 혁신·장기 추적 연구 지원"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

초저출생과 고령화, 지역소멸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난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국내 상위 경제학자들의 한국경제 연구는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전 SGI)은 세계 최대 경제학 문헌 데이터베이스인 RePEc(Research Papers in Economics)을 기준으로 국내 기관 소속 상위 25% 경제학자 112명의 논문을 분석한 보고서 ‘세계적 연구와 국가적 난제의 균형: 연구 생태계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 구조 개편 방안’을 4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상위 경제학자 112명이 주요 학술지에 게재하고 RePEc에 등록한 논문은 총 6149편이었다. 이 가운데 한국경제를 직접 분석한 논문은 13.1%에 그쳐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은 중립적 연구(66.5%)와 해외경제 분석(20.4%)보다 비중이 낮았다.


특히 한국경제 연구 비중은 2010년대 평균 15.7%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0년 이후 빠르게 하락했다. 2024년에는 8.1%, 지난해에는 8.4%를 기록하며 1999년(6.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해외경제 분석 비중은 2010년대 평균 18.6%에서 2020~2025년 23.2%로 확대됐다.


세대별로는 젊은 연구자일수록 한국경제 연구 비중이 낮았다. 출생 연대별로 보면 1950년대생은 17.1%, 1960년대생은 13.2%, 1970년대생은 15.5%였지만, 1980년대생은 5.1%에 그쳤다. 초기 연구 경력 6년만 비교해도 평균은 6.0%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연구 공백이 산업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연구위원은 "제도를 설계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산업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 분석이 뒷받침될수록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규제 도입이나 노사 갈등에 대응하는 기업의 불확실성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
해외 저널 중심 평가체계·공동연구 확대·데이터 한계가 원인

보고서는 국내 경제학자들이 특히 연구 경력 초기에 한국경제보다 중립적 연구나 해외경제 연구를 선택하는 배경으로 해외 저널 중심의 평가체계와 국제 공동연구 확대, 국내 데이터 활용 여건의 한계를 꼽았다.


우선 해외 저널 게재 실적 중심의 대학 평가체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상위 5대 경제학 저널 게재 확률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이슈를 다룬 논문은 저자 소속이나 연구 분야와 관계없이 게재 확률이 2.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저널 편집위원의 약 90%가 미국·유럽 소속인 점도 이러한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학에서도 교원 승진과 테뉴어 심사에서 해외 SSCI급 논문 실적이 핵심 평가 기준으로 활용되는 가운데 연구 초기에는 한국경제 연구를 기피하는 유인이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김천구 연구위원은“국내 신임 교수가 정년보장(테뉴어)을 받으려면 SSCI급 해외 저널 게재가 필수 조건인 점을 감안하면 연구경력 초기에 한국경제 연구 비중이 낮은 것은 경제학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공동연구 확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상위 경제학자의 공동연구자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해외 박사 출신 연구자들이 유학 시절 구축한 연구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지속 활용하는 경향도 국내 연구 비중을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국내 데이터 활용 여건도 한계로 지적됐다. 미국 등은 수십 년간 축적된 가계·기업 패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국내 데이터는 시계열이 짧고 조사 문항 변경이나 산업분류 개편으로 시계열이 단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정제된 해외 데이터를 선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가체계 개편·데이터 혁신·장기 연구 지원 필요"

보고서는 세계 경제를 다루는 연구 역시 국내 경제학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지만, 한국경제 연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경우 정책 현장에 필요한 실증 연구와 혁신적 정책 아이디어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 현장의 문제의식이 연구로 이어지고 연구 성과가 다시 정책과 기업 경영에 활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교원 평가체계를 다원화하고 국내 실증 연구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 저널 실적과 별도로 국내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연구와 정책 연구를 독립적인 평가 축으로 인정하며 국가적 난제 해결에 기여한 연구자를 대상으로 '국가 난제 해결상'(가칭)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한 부처별 공공 미시데이터와 민간 기업 데이터를 안전하게 결합·분석할 수 있는 원스톱 연구 플랫폼 구축 등 데이터 거버넌스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수한 실증 연구가 학술지 게재에 그치지 않고 입법과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브리지 펀딩을 확대하고, 전미경제연구소(NBER)와 같은 민간 비영리 경제연구기관 설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직면한 초저출생과 고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을 공동 연구 과제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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