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前대통령 12·3 비상계엄 재판서 유무죄 가른 증언들
입력 2026.08.03 17:06
수정 2026.08.03 17:07
尹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곽종근·홍장원 증언
같은 김용현 진술, 위증 사건 1심에선 무죄 근거로 쓰이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2.03.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의혹에 연루된 이들의 진술은 재판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을 만들어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에서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유죄 판단을 뒷받침했다. 반면 위증 혐의 재판에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이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의 무죄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법원이 같은 사건 관계자의 진술을 달리 평가한 이유는 증언의 신빙성 자체보다 각 재판에서 입증해야 할 범죄의 구성요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란죄 재판에서는 계엄 선포와 군 투입의 목적과 의도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위증죄 재판에서는 법정 발언이 객관적으로 허위였는지가 판단 대상이었다.
곽종근 "국회의원 끌어내라"…홍장원 "싹 다 잡아들여"
지난 2월19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았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가결을 막기 위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번 기회에 정치인들을 모두 붙잡아들이고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한 증언을 형사재판에서도 그대로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곽 전 사령관의 증언 태도나 내용에 모호한 점이 있긴 하나 전체적인 틀에서 일관성이 있고 구체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증언과도 대부분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홍 전 차장의 메모 작성 경위에 관한 진술은 계속 바뀌어 믿기 어렵다면서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이야기를 들은 사실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체포를 지시하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진술 자체는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1251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이 배척된 데에는 통신기록·문건 등 객관적 자료와 함께 곽 전 사령관과 홍 전 차장의 진술이 중요한 판단 자료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란 우두머리 사건에서 쟁점 중 하나는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였다. 곽 전 사령관과 홍 전 차장은 탄핵심판, 수사기관 조사, 형사재판 과정에서 일부 표현과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윤 전 대통령의 군 투입 및 정치권 제압 지시와 관련한 핵심 취지는 유지했다.
재판부는 일부 진술 변화만으로 전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주요 내용이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고 전체적으로 합리성과 개연성이 있다면 세부적 불일치가 있더라도 증명력을 인정한다는 형사재판의 증거평가 원칙을 적용한 셈이다.
김용현 "계엄 선포문·포고령 말씀드렸다"…위증 사건서 무죄 근거로
지난 5월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는 윤 전 대통령의 위증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처음부터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선포할 계획이었다"고 한 진술이 허위라는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이 과정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수사기관 진술이 판단 자료로 활용됐다. 김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에 필요한 것을 묻자 계엄 선포문과 국무회의 안건 상정, 포고령을 말씀드렸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추가 국무회의를 소집하려는 계획이 있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해당 발언이 객관적 허위라기보다 계엄 절차와 법적 의미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의 영역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김용현 전 장관의 진술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에서는 유죄 판단의 여러 근거 중 하나로 검토된 반면, 위증 사건 1심에서는 무죄 판단의 근거로 쓰였다. 동일한 진술이라도 어떤 쟁점, 어떤 구성요건을 다투는 자리에서 제시되느냐에 따라 법적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에 이르는 실력행사가 함께 입증돼야 한다. 곽종근·홍장원의 증언은 군 병력 투입과 정치권 제압 지시의 경위, 즉 왜 그런 행위가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주요 자료가 됐다. 반면 위증죄는 계엄 자체의 적법성이나 위법성이 아니라 법정에서 한 발언이 객관적으로 허위인지만을 다퉜다. 같은 관계자들의 진술이라도 어떤 범죄의 구성요건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재판부의 평가 방식과 결론이 갈리는 이유다.
현재 내란 우두머리 사건과 위증 사건 모두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내란 사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사건의 핵심 관계자 진술이 항소심에서 어떻게 다시 평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