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리센느’는 누가 될까…중소 보이그룹, 컴백보다 어려운 ‘발견’ [가요 뷰]
입력 2026.08.02 11:13
수정 2026.08.02 11:13
이펙스·82메이저, 멤버형 유튜브로 접점 확대…“화제성, 음악으로 이어져야”
중소·중견 기획사 보이그룹들의 컴백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활동 기반을 다진 팀들이 잇따라 신보를 내놓고 있지만, 팬덤 밖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리센느(RESCENE)가 멤버 원이의 유튜브에서 시작된 관심을 2년 전 발표한 노래의 역주행으로 연결하자, 보이그룹들도 멤버의 캐릭터를 앞세워 대중과 만날 접점을 넓히고 있다.
루네이트 ⓒMBC ‘쇼! 음악중심’ 방송 캡처
1일 방송된 MBC ‘쇼! 음악중심’에는 에잇턴(8TURN), 더윈드, 루네이트, 파우(POW), 원팩트(ONE PACT), 누에라(NouerA), 아이덴티티(idntt) 등 2023년 이후 데뷔한 보이그룹들이 대거 출연했다.
아이덴티티가 지난달 13일 ‘잇츠낫오버’(itsnotover)를 발표한 데 이어 중소 보이그룹들이 연이어 신보를 내놓으면서다. 특히 루네이트는 10개월, 더윈드는 1년 2개월의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팀마다 음악적 색깔과 성장 경로는 다르지만, 쏟아지는 신곡 사이에서 어떻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것인가는 공통 과제다.
보이그룹은 음반과 공연을 중심으로 팬덤을 키우는 데 비해 국내 대중음원 시장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써클차트의 올해 상반기 앨범차트 상위 10장 가운데 9장이 보이그룹의 앨범이었지만, 디지털종합차트 10위권에는 보이그룹 곡이 한 곡도 없었다. 대형 기획사보다 방송과 광고, 프로모션 기회가 적은 팀일수록 팬덤 밖에서 발견될 별도의 계기가 필요하다.
이들이 주목하는 성공 사례가 리센느다. 지난 2월 개설된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는 원이의 거제 사투리와 미나미의 갸루 캐릭터가 화제를 모았다. 특히 미나미가 외친 “거제 야호”가 밈으로 확산됐고, 채널은 1일 기준 약 15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관심은 유튜브에 머물지 않았다. 멤버를 향한 호기심이 그룹과 음악으로 옮겨갔다. 리센느가 2024년 발표한 ‘러브 어택’(LOVE ATTACK)은 지난달 8일 멜론 톱100 정상에 올랐고, 1일 오후 10시 기준으로도 1위를 유지했다.
리센느는 이제 중소 아이돌의 목표로도 언급된다. 뉴비트는 지난달 ‘KMA 2026’에서 ‘KM 넥스트 포텐셜상’을 받은 뒤 “리센느를 보면서 끝까지 노력하면 언젠가 빛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안타레스를 제작한 윤형빈도 지난 6월 쇼케이스에서 “안타레스가 남자 리센느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펙스, 유튜브 채널 '백승이와 뮤' 개설 ⓒC9엔터테인먼트
최근 보이그룹들의 행보에서도 멤버 개인의 화제성을 팀의 인지도로 넓히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미니 7집 타이틀곡 ‘에코’(ECHO)로 활동한 이펙스(EPEX)는 멤버 백승과 뮤가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백승이와 뮤’를 열었다. 첫 영상에서는 두 사람이 가상의 ‘이펙스호’에서 노를 젓다가 컴퓨터그래픽이 사라지자 “물 들어오길래 노 젓겠습니다”라는 자막으로 채널 시작을 알렸다. ‘에코’ 활동 당시 주목받은 두 멤버의 비주얼과 호흡을 별도 콘텐츠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앞서 82메이저도 공식 채널과 구분되는 ‘에투메’를 통해 멤버들의 관계성을 앞세운 웹예능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두 채널의 공통점은 팀의 음악이나 세계관보다 멤버가 어떤 인물인지를 먼저 보여준다는 것이다. 기존 팬을 위한 공식 자체 콘텐츠를 넘어 팀을 모르는 사람도 가볍게 들어올 수 있는 입구를 만드는 시도다.
다만 별도 채널을 만들고 가벼운 편집을 택한다고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센느에게는 멤버의 캐릭터를 살린 콘텐츠뿐 아니라 관심이 생겼을 때 다시 들을 만한 ‘러브 어택’이 있었고, 화제성을 팀과 다음 활동으로 옮기는 기획이 뒤따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 아이돌 가운데도 곡과 멤버들의 역량이 좋은 팀이 많다. 다만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대중에게 팀을 알리고 띄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유행과 시장의 중심은 계속 변한다. 대형 기획사 특유의 문법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점이 오면, 다른 매력을 지닌 중소 아이돌에게도 관심이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중소 기획사의 한계를 자본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소형 기획사 중에는 음악이나 아이돌 제작 경험 없이 자본만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좋은 멤버와 곡을 확보하더라도 음악과 비주얼, 콘텐츠, 마케팅을 한 방향으로 묶는 미감과 기획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중소 아이돌에게 필요한 것은 노출 기회를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한된 자원을 팀의 색깔에 맞게 집중하는 기획이다. 유튜브 채널 역시 그 자체가 성공 공식이라기보다 멤버의 매력을 발견하게 하고, 그 관심을 팀과 음악으로 옮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남자 리센느’는 가장 먼저 밈을 만들거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팀이 아니라, 멤버에게 생긴 호기심을 팀명과 노래, 다음 활동으로 옮기는 데 성공한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가 대중에게 발견될 문을 열어준다면, 그 문 안에 머물게 하는 것은 결국 음악과 기획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