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캐는 나라보다 잇는 나라가 이긴다 [기자수첩-산업]
입력 2026.08.03 07:00
수정 2026.08.03 07:00
중국이 밸브를 조였다 풀었다 할 때마다 세계가 들썩인다
브라질서 美까지 희토류 전쟁...승부는 광산 아닌 공급망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스튜어트 게일 메테오릭 리소시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습.ⓒ산업통상부
지난달 말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호텔에서 벌어진 장면을 떠올려본다. 원자재 구매 계약이라면 실무진 몇 명이 조용히 서명하고 끝날 일인데, 이번엔 대통령 순방 일정에 끼워 넣고 장관과 그룹 회장이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섰다. 흙 한 줌에 이렇게까지 격식을 차리는 건, 이게 더 이상 원자재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소동의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희토류를 완전히 잠그지 않는다. 대신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지난해 7월 미중 합의로 중국의 전체 희토류 수출은 오히려 32% 늘었으나 올봄 일본행 물량만은 80% 넘게 급감했다. 텅스텐 중간재와 테르븀·디스프로슘의 대일 수출은 아예 0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변덕이야말로 진짜 무기다. 완전 봉쇄라면 다들 각자도생을 준비하면 그만이지만, 언제 다시 잠길지 모르는 수도꼭지 앞에서는 누구도 마음 편히 재고를 쌓아둘 수 없다.
미국은 이 불안을 정책으로 바꿨다. 광산을 더 파겠다는 게 아니라, "채굴만으로는 안 된다"고 에너지부가 직접 선을 그었다. 정제·자석 기업엔 자금을 직접 지원하고 물량을 장기간 사주겠다는 계약까지 함께 얹는다. 포스코의 미국 파트너사 리엘리먼트도 최근 국방부로부터 별도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내년 1월부터는 국방 조달 규정에 따라 중국산 희토류를 아예 못 쓴다. 마감 시한이 걸리면 다들 뛰기 시작하는 법이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흥미롭다. 포스코는 브라질·미국·동남아에 동시에 손을 뻗고 LS는 호주 원료를 베트남에서 금속으로 바꾸며, 고려아연은 폐자석 재활용에 뛰어든다. 셋 다 방향은 다른데 노리는 건 하나다. 원석이 아니라 원석을 쓸모 있게 바꾸는 공정이다.
실제로 이번 브라질 계약에서도 확인된 건 자본이 아니라 기술이었다. 칼데이라 원료가 포스코 공정에서 추가 정제 없이 바로 처리 가능하다는 시험 결과가 그것이다. 돈으로 광산을 사는 싸움이면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원석을 값어치로 바꾸는 싸움이라야 승산이 생긴다.
한국 정부도 손 놓고 있진 않다. 다만 컨트롤타워 격인 자원안보협의회는 작년 12월 첫발을 뗀 뒤 올 2월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내놨다. 법과 조직은 갖췄지만 실탄(예산·인증체계)은 이제 막 붙는 단계다. 그사이 기업들은 이미 국내·동남아·미국·브라질로 흩어져 각자 서명하고 있다.
이 서명 하나로 뭐가 확보됐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포스코가 브라질에서 확보하려는 물량은 최대 30%, 기간은 7년이라는 조건이 담겼지만 아직 비구속적 합의문 위의 글자일 뿐이다. 진짜 승부는 이게 실제 공장 가동률로, 자석 출하량으로 바뀌는지에서 갈린다. 서명식 사진보다 그다음이 궁금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