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0㎜ '물폭탄'에도 서울시 피해 적었던 이유는…'철저한 선제 대응'
입력 2026.07.27 17:00
수정 2026.07.27 17:03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 차량 진입 선제적 차단으로 침수 피해 최소화
침수경보 기준 정량화해 위험 예측 후 신속한 대피 조치 시행
반지하 등 취약가구 동행파트너 연결해 안전 확인 및 대피 지원 강화
서울에 최고 118㎜의 집중호우가 내린 18일, 서울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이 선제 통제된 현장ⓒ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 장마도 예전과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10여년 전만 해도 적은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양상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많은 비가 단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열대성 폭우'의 양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런 열대성 폭우는 배수관의 용량을 순간적으로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저지대와 지하차도의 침수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집중호우에 선제대응하며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침수 확인 후 조치'에서 '예측 후 선 통제'로 대응방식 전환
서울에 119.7㎜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18일, 서울시는 신속한 대응으로 큰 피해를 막았다. 새벽부터 강한 비구름이 유입되자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전 3시40분에 상황근무 2단계를 발령하고, 25개 자치구 공무원 6642명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중랑천 수위가 오르자 오전 5시7분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 차량 진입이 선제적으로 차단됐고, 해당 도로는 오전 9시45분에 통제가 해제됐다.
이날 서울에 접수된 호우 관련 신고는 120건으로, 대부분 현장에서 처리됐다. 하천 29곳과 도로 4곳이 통제됐으며, 빗물펌프장 20곳이 가동돼 대규모 인명피해나 광범위한 주택 침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 서울의 장맛비는 7월 중순 이후 짧고 강하게 집중됐다. 기상청 서울관측소 기준 7월1일부터 23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385.8㎜에 달하며, 18일 하루에만 119.7㎜가 내려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17일부터 23일까지 강서구에 269.5㎜가 내리는 등 지역별 편차도 컸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침수 확인 후 조치'에서 '위험 예측 후 선제 통제'로 대응 방식을 전환했다. 강우량, 하천·도로 수위, 침수위험 정보를 바탕으로 위험 징후가 나타나면 먼저 알리고, 막고, 대피시키는 방식이다.
침수경보 기준도 정량화됐다. 시간당 72㎜ 이상이거나 시간당 50㎜와 3시간 90㎜를 동시에 충족하는 극한호우가 발생하면 자치구가 즉시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침수경보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과거에는 CCTV 등으로 실제 침수를 확인한 뒤 경보를 검토했지만, 올해부터는 반지하와 저지대 주민의 대피가 늦어지지 않도록 최소 발령 기준이 마련됐다. 18일에도 강서·은평·마포구에는 침수경보가, 마포·양천구에는 침수예보가 내려졌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침수주의보가 발령된 9일, 서울 지하철 대림역 인근 도림천 수위가 상승한 모습. 서울시는 이날 하천 전역에 접근금지령을 내리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연합뉴스
◇'인명피해 제로, 재산피해 최소화' 목표로 대응
이 같은 선제 대응은 우기 전부터 준비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광화문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현장을 찾아 '인명피해 제로·재산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제시했고, 6월에는 여름철 대책 특별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관악구 반지하주택 밀집지역을 방문해 사전 대비와 현장 중심 대응을 강조했다. 집중호우가 내린 18일에도 오 시장은 은평구 저지대와 산사태 취약지역을 찾아 현장 통제와 주민 대피체계를 점검했다. 오 시장은 "작은 위험 징후도 놓치지 말고 상황에 맞는 선제적인 조치로 시민 한 분 한 분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지하차도 관리도 강화됐다. 시내 지하차도 169곳마다 4명의 담당자를 지정해 상황을 관리하고, 지하차도 통제 시 내비게이션과 연계하여 자동으로 우회도로 안내 및 위험지역을 표출하여 시민 안전과 편의를 개선했다.
또한 물 고임 우려가 큰 11곳은 차량 진입 통제 기준이 수심 10㎝에서 5㎝로 낮아졌다. 하천 산책로는 호우특보 발효 전 예비특보 단계부터 강우 상황을 고려해 진출입 차단시설이 가동된다. 2개 이상 자치구에 걸친 13개 하천은 통제와 해제를 동시에 실시해 혼선을 줄였다. 현장에는 하천순찰단 983명이 투입됐고, CCTV로 시민 출입과 위험 상황을 실시간 확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장마철을 앞두고 관악구 주택가를 찾아 맨홀추락방지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서울시
◇침수취약지역, 인력과 AI 결합해 대피 지원
반지하와 저지대의 데이터 기반 감시망도 확대됐다. 소형 레이더 기반 수위 관측시설은 지난해 15곳에서 올해 45곳으로 늘었고, 침수취약도로 15곳에서는 AI 침수심 예측 서비스가 시범 운영 중이다. 재해약자 보호체계도 강화돼, 반지하에 거주하는 장애인·어르신·아동 등 925가구에 동행파트너 2206명이 연결돼 침수 예·경보 시 안전 확인과 대피를 지원한다. 수방자재 보관과 현장 출동을 담당하는 ‘동네 수방거점’도 지난해 6곳에서 올해 47곳으로 확대됐다.
우기 전 사전 준비도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서울시는 빗물펌프장, 저류조 등 방재시설과 수해취약 현장 6699곳을 점검하고, 하천 퇴적물 20만t을 준설했다. 빗물받이 58만 곳을 정비했고 맨홀 추락방지시설 1만28개도 추가 설치한다.
이번 집중호우에서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위험지역 조기 통제, 실시간 수위 관측, 취약가구 대피 지원, 방재시설 사전 정비 등 다양한 조치가 함께 작동한 결과로 평가된다. 서울시는 10월15일까지 수방기간을 운영하며 6단계 대응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