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당 압박 의식했나?…민주당, 검찰개혁 재확인 속 범여권 공조 시험대
입력 2026.07.22 22:30
수정 2026.07.22 22:30
필리버스터 종결 두고 민주당 압박한 혁신당
회동 끝에 뜻 모았지만 "거수기 아냐" 경고
지선에 이어 또 엇박자 내며 범여권 균열 조짐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김준형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차 종합특검 연장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해제 표결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국혁신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고리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결 협조 여부를 지렛대로 검찰개혁 속도전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하루 만에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재확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양당은 일단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혁신당은 "민주당의 거수기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 따라 범여권 공조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당은 전날 2차 종합특검 연장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종결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혁신당은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7월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를 필리버스터 종결 협조 문제와 연계했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단독으로는 필리버스터 종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을 채울 수 없다는 점을 겨냥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혁신당 의석 12석이 빠질 경우 민주당은 본회의 운영에서 적잖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양당은 두 차례 회동 끝에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표결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김준형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공소청의 정상적인 개청을 위해 (검찰 보완수사권을 다루는) 형사소송법 개정 시기를 저희는 7월 말까지 해달라고 했고, 내용에 관해서도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민주당 측에서 보완수사권에 관해) 전달한 내용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후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개혁의 출발이자 완성이다. 이 대원칙에는 당내 어떠한 이견도 없다"며 혁신당의 요구인 검찰개혁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경청했지만,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원칙을 흔들거나 검찰 수사권을 되살리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보완수사요구권 실질화와 교차수사체계 구축 등을 통해 피해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논의는 충분히 무르익었다"며 "이제 당의 총의를 하나로 모을 시점"이라고도 했다.
이는 최근 홍기원 의원 등 당내에서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를 주장하면서 신중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지도부가 검찰개혁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의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에 협조하고 민주당도 검찰개혁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양당은 일단 정면충돌을 피했다. 다만 김준형 권한대행은 "민주당은 혁신당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거수기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혁신당이 민주당과의 공조를 유지하되 향후에도 독자적인 협상력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혁신당을 단순한 우군이 아닌 국회 운영 과정에서 협조를 얻어야 하는 협상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향후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 쟁점 법안마다 필리버스터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혁신당의 협조 없이는 원활한 입법이 쉽지 않은 구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대응이 혁신당 압박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개혁 완수는 애초부터 당의 일관된 기조였고, 혁신당 요구 때문에 오늘 입장을 발표한 건 아닐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처리하려면 범여권 공조가 중요한 만큼 혁신당과 충분히 소통하며 협의해 나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혁신당은 이번 공조가 민주당의 약속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이번에는 민주당이 혁신당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협의했기 때문에 공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라며 "다만 이번에 협의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향후 이견이 있는 다른 법안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그 부분은 또다시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양당은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합당론 무산과 경기 평택을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 등을 둘러싸고 미묘한 균열을 노출한 바 있다. 이번에는 검찰개혁이 공조의 연결고리가 됐지만, 동시에 균열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혁신당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하며 검찰개혁 로드맵을 현실화할지가 향후 범여권 공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