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달러 '대미 투자 1호' 논의…쿠팡 이슈도 '촉각
입력 2026.07.20 09:55
수정 2026.07.20 09:55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 '마스가' 전초기지 구축
1호 투자 프로젝트 향방 관심…조선·에너지 가능성↑
美 거센 투자 독촉·반도체 추가 압박 변수
'쿠팡' 이슈로 디지털 통상 분야 언급 우려도 제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5월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뉴시스
한미 양국이 약속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상징성이 큰 '1호 프로젝트' 확정을 위한 사실상의 최종 조율이 미국에서 진행된다. 미국 투자를 위한 국내 제도적인 준비가 완료된 만큼 이번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다. 이번 방미는 지난 5월 초 이후 두 달여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선 김 장관의 이번 방문 중 핵심 일정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 참석이다. 이 자리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의 최고경영진(CEO)이 대거 집결해 양국 조선 산업 협력의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한미 조선협력센터는 지난 5월 양국이 합의한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를 실행하는 현지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 내 조선 인력 양성을 위한 '마스터스 아카데미' 운영, 조선소 생산성 향상 지원, 기술과 연구개발(R&D) 협력 강화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 정책인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맞물려 양국 경제 협력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미와 관련해 현재 시장과 관가의 최대 관심사는 어떤 사업이 대미 투자 1호로 선정될 것인가다. 당초 양국은 3500억 달러 투자액 중 1500억 달러를 조선 분야에 할당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의 쇠퇴로 군함 건조와 유지·보수(MRO)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국의 뛰어난 공급 능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군함 협력을 문의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인한 전력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에너지 분야가 1호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100GW 수준인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에 발맞춘 원자력 발전이나 즉각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 사업이 유력한 후보군이다.
특히 지난주 강경화 주미대사가 급거 귀국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하고 이 자리에 재정경제부와 산업부 등 경제 부처 당국자들이 이례적으로 동석한 것을 두고 원자력이나 안보와 결부된 핵심 투자 프로젝트를 최종 점검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이번 방미는 투자 선정 과정이 더디다는 미국의 불만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미국 측은 백악관과 국무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투자 구체화를 조속히 이행할 것을 압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한미전략투자공사(KUIC)를 공식 출범시키고 대미 투자 후보 사업을 정밀 분석하며 속도전에 나선 상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오는 8~9월경 대미 투자 1호가 현실화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혀 이번 회담 결과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압박이 조선과 에너지를 넘어 반도체 분야로 번질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언급하며 미국 내 생산 시설 확충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명분으로 추가 투자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는 우려다.
이밖에도 이번 회담에서는 대미 투자 논의 외에도 '쿠팡' 관련 통상 갈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한국 정부의 법적 조치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규정하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방미 기간 중 러트닉 장관을 만나 쿠팡에 대한 조치가 국내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임을 설명하며 오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 측이 쿠팡 사안을 지렛대 삼아 디지털 통상 분야의 압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정교한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