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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를 현재로 번역하다…박문치표 아이돌 음악의 힘 [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20 14:19
수정 2026.07.20 14:19

“옛 음악의 감성만 남기고 사운드는 요즘 것으로”…아티스트의 색에 맞춰 달라지는 향수

복고 사운드는 더 이상 새로운 전략이 아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유로비트, 알앤비(R&B), 펑크, 하우스는 케이팝(K-POP)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그러나 같은 시대의 소리를 가져온다고 모두 같은 감정을 남기지는 않는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문치가 참여한 곡은 장르가 달라도 밝은 에너지 안에 서정적인 순간을 남긴다.


엔시티 위시 일본 싱글 ‘요이동!’ 티저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20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엔시티 위시(NCT WISH)는 지난 15일 발매한 일본 싱글 ‘요이동! / 보이 밋츠 걸’(YO-I-DON! / BOY MEETS GIRL)으로 17일자 오리콘 데일리 싱글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싱글에 실린 두 곡은 모두 1990년대 일본 댄스 음악을 바탕에 두지만 이를 엔시티 위시의 음악으로 옮긴 방식은 다르다.


박문치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명곡들을 리메이크할 때에는 원곡에 대한 리스펙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원곡의 좋은 점들을 더 부각시키면서 요즘 스타일로 새로 태어나는 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1994년 발매된 일본 그룹 티알에프(TRF)의 동명곡을 리메이크한 노래 ‘보이 밋츠 걸’은 오래된 CD를 꺼내 전축으로 재생하는 듯한 노이즈와 원곡을 결합한 소리로 시작한다. 원곡의 특징인 1980년대식 히트(HIT) 사운드와 서정적이면서 웅장한 피아노 리프까지 살아있다. 대신 하우스 리듬과 베이스로 엔시티 위시에게 어울리는 랩 구간과 아웃트로 멜로디를 더했다.


‘요이동!’은 같은 시대의 음악을 더 역동적으로 활용한다. 유로비트 특유의 빠른 킥과 베이스, 높고 선명한 신스가 출발부터 속도를 끌어올린다. 달리기의 출발 구호를 뜻하는 제목과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가사는 엔시티 위시가 꾸준히 보여준 소년성과 성장 이미지를 강화한다.


다만 유로비트의 특징을 그대로 쌓는 데 그치지는 않았다. 박문치는 이번 작업을 위해 많은 유로비트 곡을 찾아 들으며 장르를 공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비트 특유의 ‘뽕끼’ 가득한 느낌에 세련된 감각을 섞기 위해 프리코러스와 브릿지에서 확실한 반전을 주고, 훅과 포스트 훅에는 ‘요란하지만 정갈한 신스 사운드’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질주하는 곡의 한가운데서 보컬과 멜로디가 드러나는 구간을 만든 뒤, 다시 화려한 신스로 돌아가는 구조다.


곡의 쉬운 훅도 치밀한 조율을 거쳤다. 여러 차례 탑라인을 받아도 적절한 훅이 나오지 않자 박문치가 직접 작업실을 찾아가 신스 리듬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향을 제안했고, 현재의 훅이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됐다. 제목 아이디어와 맞물려 스타트건 소리도 추가됐다. 유로비트의 강한 색깔은 남기되,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과 엔시티 위시의 서사를 중심에 놓은 결과다.


박문치 ⓒ씨에이엠위더스(CAM)

두 곡은 박문치가 복고를 다루는 방식을 양쪽에서 보여준다. ‘보이 밋츠 걸’에서는 원곡의 감정을 보존하면서 리듬과 구성에 현재성을 더했고, ‘요이동!’에서는 과거 장르의 질주감을 가져와 엔시티 위시의 새로운 출발에 연결했다. 하나는 기억을, 다른 하나는 에너지를 현재의 팀 이미지로 바꾼 작업이다.


박문치 역시 자신의 음악에서 반복되는 정서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옛날 음악에서 좋아했던 곡들을 보면 딱 신남 속에서 은근 감동적이거나 조금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곡들을 좋아하더라”며 “자연스럽게 제 손이 그런 코드들을 잡고 소스들을 고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옛 음악에서 좋았던 감성만 남기고 사운드는 요즘의 것을 쓰는 게 작업의 포인트”라며, 감정을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태도로 ‘과몰입’을 꼽았다.


이 작법은 엔시티 위시의 또 다른 곡 ‘서프’(Surf)에서도 확인된다. 박문치는 이 곡의 공동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요이동!’이 빠른 킥과 신스로 앞으로 치고 나가는 청량함이라면, ‘서프’는 미디엄 템포의 드럼과 유연한 베이스, 투명한 신스 패드로 속도를 낮춘다. 보컬도 비트를 강하게 밀기보다 리듬 사이를 부드럽게 지나가며 팀의 맑은 음색을 드러낸다.


속도는 달라도 감정이 움직이는 흐름은 닮았다. 곡은 밝고 펑키한 리듬을 유지하다 브릿지에서 사운드의 밀도를 낮추고 서정적인 보컬에 집중한다. 마지막 후렴에서는 백보컬과 화음을 다시 쌓아 청량함에 벅찬 여운을 더한다. 선공개곡이었던 ‘서프’는 엠넷(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차지하며 타이틀곡이 아닌 노래도 팀의 대표 무대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앤팀 ‘미스매치’ 라이브 퍼포먼스 비디오 ⓒ앤팀 유튜브 계정

같은 감정 구조는 그룹이 달라져도 유지된다. 박문치가 공동 작사·작곡에 참여한 앤팀(&TEAM)의 ‘미스매치’(MISMATCH)는 1990년대 알앤비의 따뜻한 코드와 보컬 화음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통통 튀는 신스와 스냅, 리드미컬한 베이스를 더해 무게를 낮췄다. 서로 다른 성향이 오히려 특별한 시너지를 만든다는 가사는 일본을 기반으로 성장한 다국적 그룹이 한국에서 새 출발하는 상황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그룹 작업에서 보이그룹의 성장 서사에 맞춰 복고의 밝기를 조절했다면, 데이식스(DAY6) 영케이의 ‘스트레인지’(STRANGE), 엑소(EXO) 수호의 ‘사랑, 하자’ 등 솔로곡에서는 가수의 목소리를 따라 같은 감정을 더 섬세하게 변주한다.


박문치가 작업마다 자신의 복고 취향을 동일하게 덧씌우지 않는 배경에는 아티스트를 먼저 바라보는 태도가 있다. 그는 “저의 색을 훨씬 더 많이 보여주고 저만의 무언가를 계속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정확히 조준했을 때 더 기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감성은 의도적으로 빼려 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아티스트에게 최대한 몰입하다 보면 두 색이 자연스럽게 섞인다는 설명이다.


이어 “제가 작업할 때 재미있게 만들면 제 색깔도 많이 들어가면서 아티스트도 좋아했던 기억이 많다”며 “대중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적어도 저와 클라이언트 둘 다 만족스러울 때 정체성이 잘 살아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복고가 흔해진 시대에는 오래된 악기와 리듬을 얼마나 비슷하게 구현했는지만으로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박문치의 곡은 과거 음악을 잘 아는 세대에는 익숙한 감정을 돌려주고, 이를 처음 접하는 세대에는 현재의 아이돌 팝과 솔로 음악으로 들린다.


밝은데 아련하고, 익숙한데 지금의 목소리를 가진 음악. 박문치표 아이돌 음악의 힘은 과거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옛 음악에서 좋았던 감정을 남긴 채, 지금의 아티스트가 가장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데 있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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