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입력 2026.07.20 06:59
수정 2026.07.20 13:15
朴대통령기념재단~경북도 청년탐방 동행
'미래를 위해 지금 투자' 국가운영철학 느껴
야당 반대에도 朴 직접 경부고속도 스케치
"우린 지금 미래를 희생하고 있지는 않은가"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그린 경부고속도로 스케치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경상북도와 함께 기획·운영하는 청년 탐방에 지난해에는 참가자로, 올해는 인솔자로 함께했다. 두 차례의 탐방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 것은 산업화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발전은 교과서 속 몇 줄의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역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 탐방에 참여했을 때 들었던 솔직한 심정은 '대한민국 역사교육에 배신당한 듯한 느낌'이었다. 학교에서 우리는 유신헌법과 장기집권 등 박정희 대통령의 과오를 비교적 자세히 배웠다. 반면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던 대한민국이 어떻게 산업화를 이루고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깊이 있게 배우지 못했다. 교과서도 교과서지만, 학교 선생님들도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를 입체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다뤘던 기억이 강하다. 역사는 공과를 함께 바라봐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번 탐방은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와 민족중흥관,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방산 기업 풍산, 포스코, 경부고속도로기념탑, 국가정보원, 박정희대통령기념관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각각의 장소는 단순한 곳이 아니라, '협력하여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는 스스로 지킬 힘을 가져야 한다' '미래를 위해 지금 투자해야 한다'는 분명한 국가 운영 철학이 녹아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것 중 하나가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그린 경부고속도로 스케치라고 생각한다. 정교한 토목 설계도는 아니지만, 산업화 이후 대한민국의 모습을 먼저 구상한 대통령의 국가 발전 밑그림처럼 느껴졌다. 그 당시에는 자동차와 물동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당시 야당의 맹렬한 반대와 함께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과 경제가 성장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미래의 수요를 내다보고, 그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자 했다.
포항제철소 건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대한민국의 수준으로는 대규모의 제철소 건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국내외의 회의론이 컸고, 막대한 건설 자금을 지원하려는 국가나 금융기관도 없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포항제철소를 설립하고 산업의 쌀인 철강을 생산한 덕분에 중공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룩한 산업 경쟁력의 상당 부분은 당장의 여건만을 계산하지 않고, 미래에 필요한 기반들을 앞서 준비한 분명한 국가 전략과 장기적 투자 위에서 만들어졌다.
물론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을 모두 박정희 대통령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다. 국민의 땀과 희생, 기업인의 도전, 기술자와 노동자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역량을 국가 전략으로 연결하고, 산업화와 국가 발전을 이끈 리더십과 실행력을 외면할 수는 없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많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대한민국이 오늘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이번 탐방을 마친 뒤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성장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더 나누어 줄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만 과하게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전략보다,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기업인조차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반도체 초과 이익의 사회적 재분배와 기본소득,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의 단기적·정치적 효과 획득에만 마음이 앞서는 것 같아 미래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우려스럽다.
국가재정은 미래세대와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의 자산이다. 국가 성장 기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재정 지출만 확대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현재 저성장·저출생·고령화, 국가경쟁력 약화라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분명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해 오늘의 선택을 책임질 수 있는 리더십일 것이다.
청년 탐방을 마치며 얻은 큰 교훈은 바로 '한강의 기적은 시대가 저절로 만들어 준 선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방향성이 분명한 국가 운영 철학, 국가의 발전과 미래를 깊이 고민하고 그에 동의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결단과 헌신, 그리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구상과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오늘의 대한민국 역시 이 질문 앞에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와 지지율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희생시키고 있는가?"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글/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