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졸속으로 처리할 일인가
입력 2026.07.19 07:00
수정 2026.07.19 07:00
안규백 국방부 장관(왼쪽 세 번째부터),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강군 육성, 국군사관학교 창설방안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지난 16일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육군 교육사령부와 각군 대학 등이 위치하고 있는 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발표했다. 현재의 육군사관학교(육사) 부지에 오는 2028년 통합 사관학교를 우선 출범시키고 2032년 이전하는 2단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육사 졸업자라서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기에 그 동안 이에 대한 의견 표명을 자제해 왔지만 현 정부의 지나친 졸속 추진을 보면서 침묵할 수 없게 됐다.
국가의 안보를 위한 핵심요소는 군대이고, 군대의 근간은 생사를 걸고 국방에 헌신할 수 있는 장교단이기에 세계 모든 국가들은 장교 양성을 위한 전문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육군, 해군, 공군의 사관학교를 별도로 또는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수 정권인 노태우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도 사관학교 통합을 검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전의 어느 정부도, 더욱 확장하면 어떤 국가도 현 정부처럼 사관학교의 구조 변화를 이렇게 졸속 추진한 사례가 없다.
장교 양성은 국가의 백년대계이기 때문에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식별하여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동시에 강구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국방부 예하의 위원회에서 작성된 안을 내부에서 확정한 후 ‘국방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군사관학교 창설이 필요한 이유로 국방부에서는 “상비병력 감소와 인구절벽으로 강력한 구조개편 직면, 인공지능(AI) 등 전장 환경 급변, 전시작전통제권 회복 이후 연합방위를 주도할 육각형 인재 양성, 군 합동성 강화”를 거론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 사관학교 통합이 위 요소의 해결책이라는 것인가? 인구감소하니까 사관학교 통합? 인공지능이 대두되었으니 사관학교 통합? 전작권을 회복하니까 사관학교 통합?
필자는 30여년 군 생활 후 지금까지 군사문제를 연구해왔지만, 위 이유들의 관련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부분 모든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변화인데, 한국 이외에 어느 국가가 위 이유로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가? 유일하게 ‘합동성 강화’는 관련이 있지만, 합동성을 강화하려면 각군에 관한 전문성부터 먼저 길러야 한다.
해당 위원회 관련 인사로부터 필자가 직접 들은 사관학교 통합의 현실적인 이유는 사관학교 입학생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 인사는 “사관학교가 통합돼 서울에 위치한다면” 인서울(in-Seoul)의 이점으로 인하여 우수인재들이 지원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보고과정에서 인서울은 제외됐고 국방부에서는 이 부분은 아예 설명도 하지 않았다. 대전지역으로 이전하면 입학생들의 수능점수가 20점 정도 낮아진다고 한다.
사관학교 통합으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이점은 효율성 강화이다. 한 학년이 200~3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3개의 독립된 사관학교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보다 통합해 하나로 운영하면 비용이 절약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수 교수요원 확보도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사관학교를 효율성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효율성만 따진다면 대학졸업자 중에서 장교를 선발하는 현재의 학군단 제도가 최선이다.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하자 상당수 국민들은 현 정부가 육사 출신들의 정치 개입을 처벌 또는 예방하는 차원으로, 즉 사관학교의 통합이 아니라 육사의 폐교가 숨어있는 목적이라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 않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현 정부는 개인적이거나 정치적 감정으로 군 장교양성체계를 흔드는 셈이다.
현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방식을 보면서 필자는 ‘오기(傲氣)’를 떠올렸다. 위에서 설명한 이유는 외부로 내세우는 명분일 뿐이고,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되어 있으니 이행해야 하고, 국방장관으로서는 대통령에게 약속했으니 어떻게든 추진해야 한다는 고집이다. 국민들의 55% 또는 70%, 다수의 국방전문가, 사관학교 졸업자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반대함에도 이처럼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오기’ 이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구성원들이 대부분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지도자가 고집스럽게 추진해 결국 좋은 결과를 산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려면 그 지도자가 해당 분야에 대하여 누구보다 깊은 지식과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국방분야, 특히 장교양성교육 분야에 모든 사람들의 반대를 능가할 수 있는 지식과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국가안보는 시험해보는 대상이 아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국민들은 북한이 엄청난 핵무기를 확보한 상태에서 남한을 공격하여 합병하겠다는 둥 위협을 가함에 따라서 안보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보다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사관학교 통합을 위해 앞으로 사용하게 될 수조 원의 재원으로 북핵 대응을 위한 무기와 장비를 구비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글/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