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또 꺼낸 '조국혁신당 합당론'…전대 앞 친명·친청 갈등 불붙이나
입력 2026.07.15 06:30
수정 2026.07.15 06:30
출마선언서 "당원투표로 합당 결정" 공약 내놔
김민석 "절차 무시해 실패"…강득구도 鄭 책임론
정청래 "흡수 통합, 무릎 꿇고 악수하잔 것"
"당내 통합 방식 둘러싼 공방 더욱 거세질 듯"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전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론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초 당내 반발 끝에 무산됐던 합당 카드를 다시 꺼내 들자 당권 경쟁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친명계는 절차상 문제를 거론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전당대회 초반부터 당권 경쟁이 '조국혁신당 합당론'을 둘러싼 친청·친명 간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전날 당대표 출마선언에서 혁신당과의 합당을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정 전 대표는 "혁신당과 합당 제안은 강력한 반대로 실패했다. 합당 의견을 묻는 전당원 투표를 못 한 것이 못내 아쉽고 당원들께 죄송했다"며 "당대표가 되면 혁신당과의 합당에 대한 의견을 전당원 투표로 묻겠다. 당원들의 뜻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지난 1월 자신이 직접 제안했다가 무산된 합당 논의를 전당대회 국면에서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당시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당과의 합당을 전격 제안했지만, 최고위원들에게도 회견 직전에야 이를 알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도부 내 반발을 불렀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정 전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강득구 최고위원과 당시 최고위원이던 이언주 의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의원총회를 거쳐 합당 논의는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정 전 대표가 당시 실패의 원인을 절차가 아닌 '당원 의사 확인 부족'으로 규정하며 전당원 투표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강성 권리당원층에서 우호적인 반응이 적지 않은 통합론을 다시 전면에 내세워 당심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반면 경쟁자인 김민석 전 총리는 합당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정 전 대표의 추진 방식을 문제 삼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김민석의 백문백답' 행사에서 "꼭 필요한 과정인 숙의와 토론을 배제해 합당을 성공시키지 못한 정 전 대표에게 큰 책임이 있다"며 "절차를 무시해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혁신당 당원 모두가 찬성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 형식은 민주당이 흡수 합당하는 방식으로만 고려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친명계 핵심인 강득구 최고위원도 같은 날 정 전 대표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총리와 저를 두고 혁신당과의 합당에 반대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많이 황당하다"며 "지도부와 한마디 사전 상의 없이 당헌·당규가 정한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의원총회에서의 배경 설명 없이 진행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합당이 무산된 것은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았던 당대표의 독단적인 판단 때문이었다"며 "민주당의 역사는 통합의 역사이고, '같으면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는' 민주대연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김 전 총리의 '흡수 합당' 발언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14일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 '뉴스공장'에 출연해 "흡수 통합이라는 것은 악수하자면서 '너는 무릎 꿇고 악수하라'는 방식"이라며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표현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8월 통합 전당대회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혁신당과의 통합 전당대회에 긍정적이었지만 김 전 총리 측 반대로 무산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말들이 있다"며 "제게 유리할 수 있다고 해서 당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의혹은 김 전 총리와 가까운 강득구 최고위원이 홍익표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났다는 내용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삭제하면서 정치권에서 제기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가 전당대회 초반부터 합당론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면서 당권 경쟁의 쟁점이 단순한 리더십 경쟁을 넘어 민주당의 외연 확장 전략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은 강성 지지층의 관심이 큰 이슈인 만큼 정 전 대표가 이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친명계는 합당 자체보다 추진 과정의 절차와 방식에 초점을 맞추며 정 전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당대회가 본격화할수록 합당론은 단순한 정책 공약이 아니라 친청계와 친명계의 주도권 경쟁을 상징하는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은 물론 당내 통합 방식을 둘러싼 공방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