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STO 제도'의 그늘…생존 기로 선 스타트업
입력 2026.07.15 07:08
수정 2026.07.15 07:08
혁신금융 1세대 사업자 줄줄이 경영난
"후속 입법 없으면 비금전신탁 시장 성장 어려워"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제도 공백과 자산유동화법의 높은 문턱,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며 국내 STO 스타트업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혁신금융서비스를 기반으로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을 개척했던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사업을 접거나 경영난에 빠지고 있다.
토큰증권 제도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핵심 사업모델인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는 데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자산유동화법)을 활용한 발행 역시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했던 초기 사업자들은 특례 종료 이후 기존 사업모델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부동산이나 대출채권, 항공기 엔진 등 실물자산을 신탁한 뒤 해당 수익권을 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구조다.
카사코리아와 펀블, 루센트블록 등이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서비스를 선보였고, 에이판다파트너스는 대출채권, 갤럭시아머니트리는 항공기 엔진을 기초자산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첫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코리아는 신규 공모를 중단하고 보유 자산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대신증권에 인수됐지만 부동산 단일 자산 중심 사업모델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기다리는 동안 손실 부담이 누적됐다.
펀블도 지난 5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종료 이후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에 필요한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루센트블록 역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고 있지만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항공기 엔진 기반 STO를 추진한 갤럭시아머니트리도 아직 본격적인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출발한 초기 사업자 가운데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곳은 음원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정도에 그친다는 평가다.
업계는 가장 큰 원인으로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제도 공백을 꼽는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토큰증권 제도는 투자계약증권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다.
반면 부동산 STO 사업자들이 활용했던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별도 입법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산유동화법을 활용한 우회 발행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산유동화법을 적용하려면 발행사가 기초자산을 직접 확보해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과 투자확약도 필요하다.
기존 혁신금융서비스처럼 플랫폼 중심으로 상품을 발행하던 구조와 달리 상당한 자금력이 요구되는 만큼 스타트업이 활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상으로는 자산유동화법을 통해 발행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기초자산을 먼저 사와야 하고 자본도 충분해야 한다"며 "대형 금융사라면 가능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기반 STO 사업자의 상당수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큼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상품 발행과 투자 유치가 모두 위축됐다.
제도적 공백에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초기 STO 사업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토큰증권 하위법규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하위법규 역시 투자계약증권 중심으로 마련되는 만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사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유동화법에 의존하는 현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발표될 하위법규는 투자계약증권 중심인 만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사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후속 입법을 통해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발행 근거를 마련하지 않으면 STO 시장은 일부 영역에만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