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장대호, 언론사 상대 '정통망법 위반' 손배소 냈지만 패소
입력 2026.07.13 10:29
수정 2026.07.13 10:29
"익명 글 보도는 비밀 누설" 주장 기각
법원 "국민 알 권리 위한 공익적 보도"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한강에 장대호.ⓒ뉴시스
말다툼 끝에 모텔 투숙객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유기해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장대호가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은 범죄 피의자의 과거 행적을 보도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재차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3부(재판장 예지희)는 장대호가 서울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7일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장대호가 항소심에서 요구한 배상액은 100만원이다.
소송 대상이 된 기사는 장대호의 신상이 공개됐던 2019년 8월에 작성됐다. 당시 서울신문은 장대호의 신상 공개 소식을 전하며, 그가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익명으로 남겼던 게시글들이 다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다는 내용을 함께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는 장대호가 2007년 학교폭력으로 고민하는 학생이 올린 네이버 지식인 글에 "무조건 싸우라", "의자 다리 모서리로 상대방 머리를 쳐야 한다", "싸움을 많이 해본 사람이 나중에 성공한다"고 답한 내용이 포함됐다. 모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2016년 인터넷 숙박업 커뮤니티에 조폭 투숙객과의 실랑이를 소개하며 "몸에 문신하면 흉기 안 들어가냐고 말하면 태도가 바뀐다"고 적은 과거 행적도 함께 인용됐다.
장대호는 기자가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자신의 비밀을 알아내 공개 보도했고, 이로 인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2024년 12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장대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게시글의 작성자가 장대호라는 사실 자체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정보로서 정보통신망법상 타인의 비밀에 해당할 수는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언론사 측이 이를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다고 볼 증거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해당 글들은 이미 살인 사건 수사 과정에서 조사·수집된 내용이었고, 서울신문 소속 기자 역시 다른 언론사의 공개된 보도를 인용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보도가 언론중재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취재 과정이나 방법에 위법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공익적 보도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대호의 인터넷 게시글이 익명이긴 했으나, 언론기관은 공익을 위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관해 보도할 책무가 있다"며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장대호의 범행 경위 및 심리 상태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한 이번 보도는 공익적 성격이 인정되며 적시된 사실도 진실이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해당 보도로 인해 장대호에게 새롭게 발생한 인격권 제한도 미미한 수준"이라며 "원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