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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엔 '문 활짝', 중기엔 '빗장'…은행권 대출 양극화 심화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7.08 07:01
수정 2026.07.08 07:01

상반기 대기업 대출 11.8% 폭증

중소기업은 1.2% 그쳐 제자리걸음

높은 문턱에 불법 사금융 내몰릴 우려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1.8% 급증했다.ⓒ연합뉴스

가계대출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화되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용도가 높고 부실 위험이 낮은 대기업에는 대출 문턱을 대폭 낮춘 반면, 고금리 장기화로 연체율이 치솟은 중소기업에는 사실상 빗장을 걸어 잠그며 대출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1.8% 급증했다.


상반기 전체 기업대출 성장을 사실상 대기업이 견인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 압박 속에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여신 대신 기업 여신 비중을 크게 늘렸으나,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으로만 쏠린 것이다.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이 같은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튼튼하고 부실 위험이 낮은 우량 차주인 대기업 위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건전성 지표 격차는 눈에 띄게 벌어져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3%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9%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대기업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속되는 고금리로 인해 경기 민감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곧바로 은행들의 대출 심사 문턱을 높였다.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 자산을 늘리기보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대기업 여신을 늘리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은행권에서 밀려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중소기업 차주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등 금리가 훨씬 높은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최근 건전성 악화로 인해 2금융권조차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추세여서, 중소기업들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한계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거나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은행권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의도치 않게 취약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난을 겪는 유망 중소기업들이 고사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금융 지원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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