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리센느'에 정치 묻은 이유는?…野, 범여권 '정쟁화' 움직임 우려
입력 2026.07.07 05:30
수정 2026.07.07 05:30
정치권 개입으로 이념 대립 촉발
배재고 사과에도 '표현의 자유' 공방
조국 언급에 리센느 '일베 논란' 확산
전문가들 "일상 영역에 흑백논리 위험"
서울 배재고 야구부원들이 광주제일고로 사과 방문을 온 6일 오후 배재고 야구부원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배재고 야구부와 그룹 리센느 이슈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정치권이 말을 보태기 시작하면서 진영 논리에 따라 정쟁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일부 개입은 필요하지만, 의도적으로 이념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재고는 6일 오후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선수단과 지도자, 교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각각 낭독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광주제일고를 향해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조롱성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이 불거지자, 이날 광주를 찾아 사과한 것이다.
앞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을 통보했고, 배재고는 선창 학생과 "탱크데이"를 외친 학생 등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로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배재고 야구부는 "항상 마음속 깊이 반성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겠다"며 재차 사과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번 배재고 논란은 중징계와 사과로 일단락된 상황이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이슈다. 야권에선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잘못했지만, 정치권까지 나서 과도하게 문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이 갈등을 중재하고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이념의 영역에 끌고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정치가 대중 민주주의가 되면서 쉽게 편가름이 생기고 진영 간 격한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예민해 보이는 상황이 있더라도 정치권이 큰 문제거리가 안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소재로 삼아서 정치적 의미로 씌우다 보니까 불필요한 갈등이 생긴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의 불행"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맞닿은 사안이기 때문에 교육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기업과 달리 이 논란의 대상은 고등학생임에도 발언 수위가 높은 탓에 야권은 과도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 보수를 떠나서 인간이라면, 사람이라면 이런 걸 갖고 장난치고 폄훼하고 그러면 안 되는 것이지 않으냐"라고 지적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배재고는 지난해까지 (보수단체) 리박스쿨 교재로 활용된 도서를 다수 보유했다고 한다"며 역사 왜곡 자료 전수 점검 필요성을 주장했다.
배재고 논란에서 파생된 것이 '표현의 자유' 논란이다. 특히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이 "5·18 역사의 성역화로 어린 학생들의 장난에 가까운 일탈도 수용이 안 되고 어른들의 '정치'가 됐다"고 우려를 표하자, 범여권에선 사퇴 압박이 쏟아졌다. 더욱이 여당에선 "헌정 가치를 훼손하는 발언"(김남준 의원) "5·18 폄훼와 조롱이 무슨 표현의 자유인가"(최민희 의원) 등 날 선 반응이 나오면서, 5·18 민주화 운동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 논란은 정쟁으로 부상했다.
결국 청와대까지 압박에 나서자 이 부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전했지만, 야당에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직자를 찍어냈다"고 반발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배제하는 정권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며 "사상 검증으로 사람을 줄 세우고, 정권 코드에 맞지 않으면 퇴출시키는 정권이 다양성과 포용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부에서도 배재고 사태가 정치권의 공방에 제도 개선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사 출신 백승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 앞에는 근조화환과 응원화환이 마주 섰고, 정치권은 책임 공방에 몰두했다"며 "정작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혐오가 아니라, 더 깊은 교육이다"라고 당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배재고 사태는 정치권이 꾸짖어야 하는 사안이지만, 기성세대인 정치권도 반성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통화에서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꾸짖고 야단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야단은 쳐야 하지만, 이들의 인생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꺾이게 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들은 교육을 잘못시킨 책임이 있기 때문에 반성할 건 반성하고 아이들의 그릇된 일도 야단쳐 다시는 못 하게 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6개월 출전 정지는 과한 처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재고 사태와 결은 다르지만, 그룹 리센느 리더 원이의 사투리가 정치권의 개입으로 이념 논쟁 중심에 선 사례도 있다. 경남 거제 출신인 이 멤버는 유튜브 방송에서 PD가 "여기 뭔가 덜컹 소리가 났다. 뭐야, 무섭노"라고 하자 "무섭노"라고 답했다. '노'라는 표현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특정 커뮤니티의 유행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사투리를 쓰는 멤버인 탓에 해프닝에 불과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전날 부산·영남 사투리와 비하 표현 구별법을 제시하면서 논란은 정치권에 옮겨붙었다. 조 전 대표는 10~20대가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행위임을 알려야 한다는 취지로 다뤘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선 일상에서 쓰는 단어조차 '노무현 정신'을 들어 사상 검증 잣대로 활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재준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권이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고, 특히 조 전 대표 같은 사람이 나서서 사투리를 설명해 논란이 더 커졌다"며 "노 전 대통령을 이용하고 있는 정치가 오히려 젊은 세대, 다음 세대한테는 반감을 일으키고 그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까지도 일정 부분은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젊은 세대에게 본인들처럼 감성으로 역사를 다루라고 강요하며 경상도 사투리의 끝말인 '노'라는 글자를 '피휘'(避諱)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누군가가 혹시라도 노 전 대통령을 조롱의 의도로 밈으로 소비한다 한들, 그것이 품격 있는 행동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한 세대를 싸잡아 비난하거나 일베몰이를 하지 않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당부했다.
배재고 사태와 달리, 이번 리센느 논란은 일상의 영역을 이념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자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전 대표의 의도와 달리, 특정 지역 사투리에 대한 오해가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특정 발언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면 정치인 입장에선 다룰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소수만 아는 부분을 굳이 파서 논란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과잉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영과 이념 대결은 이분법적인 사고인데, 선거 국면에선 효과를 발휘한다"면서 "일상적인 영역에서 이분법적인 사고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특정 사안이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는 이유는 교육 시스템 덕분이다. 쫓아다니면서 교육하려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