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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신장이식 8000례…현장이 말하는 서울아산병원의 경쟁력 [명의열전]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7.06 10:39
수정 2026.07.06 10:39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교수 인터뷰

서울아산병원 국내 최초 신장이식 8000례 달성

“세계 최고 수준 치료 성적, 환자 신뢰가 만든 결과”

“8000례는 끝 아닌 출발…미래 치료 연구 발판 마련”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교수가 지난 6월 1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8000번째라는 숫자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수술이 그렇듯 환자가 큰 문제 없이 수술이 잘 되기만을 바랐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 8000례를 달성했다. 1990년 뇌사자 신장이식을 시작한 이후 35년간 쌓아온 성과다. 8000번째 신장이식을 집도한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 신장이식의 세계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관심은 기록보다 환자에게 향해 있었다. 그에게 8000례는 단순한 ‘수술 건수’가 아닌 한명 한명의 환자가 다시 일상을 되찾은 ‘시간의 축적’이었다.


환자를 위한 수술, 삶을 위한 치료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6월 기준 누적 생체 신장이식 6312건, 뇌사자 신장이식 1688건 등 총 8000건의 신장이식을 시행했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시행된 신장이식 5건 가운데 1건을 담당했으며, 이식신(이식된 신장) 생존율은 1년 98.5%, 5년 95%, 10년 88.5%, 15년 80.1%를 기록했다. 혈액형 부적합 이식과 면역학적 고위험군에서도 표준 위험군과 비슷한 치료 성적을 유지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교수는 “신장이식 8000례는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성과”라며 “고위험 이식이 상당수 포함된 상황에서도 해외 유수 의료기관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치료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서울아산병원의 신장이식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성과의 밑바탕에는 무엇보다 환자들의 ‘신뢰’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직접 치료를 받고 회복한 경험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병원에 대한 믿음이 쌓인 것 같다”며 “하루 두 차례 회진을 돌고 수술 전 평가부터 수술, 퇴원 이후 장기 추적관리까지 이어지는 의료진의 헌신과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이 지금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이 5월 20일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아내의 신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신장이식 8000례를 달성했다. 집도의인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교수(오른쪽 첫 번째)와 권혜은 교수가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환자 중심의 진료 철학은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김 교수는 수술 전 환자의 CT와 혈관 상태를 꼼꼼히 살피며 수술 과정을 여러 차례 머릿속으로 그려본 뒤, 마지막에는 ‘이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지금도 같은 선택을 권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자신의 판단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김 교수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과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라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항상 환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고민하고 판단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세계 최고 넘어 미래 치료를 향해

이 같은 진료 철학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당뇨병 증가로 말기 신부전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김 교수는 “국내 투석 환자는 이미 10만 명을 넘어섰고, 뇌사자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도 약 2만 명에 이른다”며 “앞으로 10~20년간 신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신장이식이 갖는 의미도 더욱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신장이식은 단순히 투석을 대신하는 치료가 아니라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까지 회복시키는 치료”라며 “투석 환자는 일주일에 세 번, 4시간씩 병원에 머물러야 하고 식이 제한도 크지만, 이식을 받으면 여행이나 식사 등 일상생활의 제약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순간은 김 교수에게도 가장 큰 보람으로 남는다. 그는 “투석 때문에 직장생활이나 여행이 어려웠던 환자들이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며 “어린 환자가 오랫동안 먹지 못했던 라면을 먹었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도 의사로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교수가 지난 6월 1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하지만 신장이식 문턱을 낮추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국내 뇌사 기증자는 한때 연간 500명을 넘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사회적 요인과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줄어든 상황”이라며 “기증자에 대한 예우, 사회적 인식 개선, 학생 때부터의 교육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누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1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4명)보다 27.2% 증가했다. 기증자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전문 인력 확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신장이식은 수술 전 평가부터 수술, 수술 후 관리, 장기 추적관찰까지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뇌사자 이식 일정과 높은 업무 강도로 지원자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식 분야는 의사를 비롯해 코디네이터와 전문간호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의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에 대한 지원과 양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의 다음 목표는 세계적 이식센터로서의 위상을 더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8000례는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다. 김 교수는 “현재의 좋은 임상 결과를 유지하면서 다른 병원에서 어렵다고 판단한 고위험 환자까지 성공적으로 치료하는 센터가 되고 싶다”며 “장기적으로는 의사과학자를 더 많이 확보해 재생의학, 기초연구 등 미래 치료 연구의 발판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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