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유행은 가도 본질은 남는다”…10년 침묵 깬 ‘웰메이드 연극’의 회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7.02 10:40
수정 2026.07.02 10:41

'나는 나의 아내다' '갈매기' '푸르른 날에' 잇따라 공연

"일회성 무대 아닌, 누적되는 자산...연극계 기초체력 다지기 위한 과제"

수많은 신작이 쏟아졌다가 소모적으로 사라지는 한국 연극계에서, 10년이 넘는 긴 공백을 깨고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명작의 회귀’ 현상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반짝 흥행이나 유행을 좇는 기획과 달리, 이들 작품의 귀환은 세월의 풍화를 견뎌낸 웰메이드 프로덕션의 생명력을 입증한다.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지난달 19일 개막한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는 2013년 초연하고, 2014년 공연 이후 12년 만에 돌아왔다. 미국 극작가 더그 라이트가 실존 인물인 샤로테(본명 로타르 베르펠데)의 삶을 인터뷰해 쓴 1인극으로, 한 명의 배우가 35역을 소화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나치 시대와 동독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성소수자로 살아남은 인물의 삶을 통해 사회적 기준이 부여하는 ‘규정의 폭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번 시즌은 초연을 이끈 강량원 연출이 다시 메가폰을 잡고 배우 지현준과 백석광이 더블 캐스팅되어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뒤를 이어 16년 만에 돌아오는 연극 ‘일호터널’(7월 24일~8월 30일 신촌극장 플롯)은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해 선보였던 창작극으로,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번 재연에는 강기둥, 남연우가 연출로 참여하고 17인의 배우가 총출동한다. 화려한 무대 장치 대신 날카로운 사회적 풍자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라는 연극 본연의 매력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명작 고전의 독창적 해석과 현대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다룬 중·대형 프로덕션 역시 10년 여의 공백을 깨고 귀환을 알렸다. 극단 맨씨어터의 대표 레퍼토리인 연극 ‘갈매기’(8월 9일~31일까지 티켓링크1975씨어터)는 2011년 초연 이후 무려 15년 만에 무대에 올려진다. 초연 당시 안톤 체홉의 동명 고전을 1층 객석을 모두 걷어낸 실험적인 무대와 파격적 연출, 압도적 캐스팅으로 관객과 평단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극단 창단 20주년을 앞두고 성사된 이번 시즌은 김정 연출이 지휘봉을 잡았고, 배우 전미도가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하는 작품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군상을 오늘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연극 '푸르른 날에' ⓒ신시컴퍼니

한국 창작 연극의 한 획을 그은 ‘푸르른 날에’는 12년 만의 대대적인 귀환을 예고했다. 신시컴퍼니 제작으로 2027년 5월 12일부터 6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막에 오른다. 정경진 작가의 제3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인 정경진 작가의 희곡을 고선웅 연출이 각색·연출해 2011년 남산예술센터에서 초연하고, 이후 2015년까지 매년 5월 전석 매진 신화를 썼던 작품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비극을 신파와 통속, 유쾌한 코미디를 버무린 ‘명랑통속극’의 어법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재연은 중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무대를 확장해 30여년의 인생 흐름을 더욱 역동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이처럼 10년이 넘는 오랜 휴지기를 지나 성사된 작품들의 잇따른 복귀는 트렌드가 끊임없이 바뀌고 관객 세대가 교체되어도 변하지 않는 웰메이드 콘텐츠의 본질적인 힘을 증명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무대 예술은 일회성 소모품이 아닌 누적되는 자산이어야 한다. 신작 편수 늘리기에 급급한 제작 관행에서 탈피해, 이미 검증된 우수한 창작 레퍼토리를 안정적으로 축적하고 유지해 나가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연극계의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한 핵심 과제”라고 짚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