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비싸서 안 본다?”…매출 194% ‘떡상’ 시킨 블록버스터의 저력
입력 2026.06.02 13:08
수정 2026.06.02 13:08
연극 분야 총 티켓 판매액 약 531억원..대극장 매출 점유율 64.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라이프 오브 파이' 등 소수 대작이 매출 독식
국내 연극 시장이 대형 공연장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작품들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며 역대급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관객 수의 증가를 넘어, 장르 자체가 뮤지컬에 버금가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돌아섰음을 시사한다. 다만 소수의 대작이 시장 전체 매출의 4분의 3을 독식하는 현상이 전면화되면서, 산업화의 성취와 생태계 양극화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 공연 ⓒTOHOTheatricalDept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2026년 1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연극 분야의 총 티켓 판매액은 약 531억 436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80억 5586만원에 그쳤던 전년 동기 대비 194.3% 급증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티켓 예매수는 약 92만 8019매로 전년 대비 4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예매수 증가율보다 판매액 증가율이 약 4.6배 높게 나타난 것은 연극 소비의 중심이 저가 티켓에서 고가의 기획 공연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는, 관객 1매당 평균 티켓 판매액은 전년 2만 7540원에서 올해 5만 7266원으로 1년 사이 2만 9726원이나 급등했다. 또한 유료 예매 비율이 90.3%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8%p 상승한 것은 시장의 유료화 체질이 한층 공고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연극이 더 이상 초대권이나 할인에 의존하는 장르가 아니라, 관객이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하는 ‘산업적 상품’으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공연장 규모별 매출 데이터는 이러한 지형 변화를 뒷받침한다. 10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에서 상연된 연극은 전체 공연 건수의 1.8%, 회차의 1.5%에 불과했으나, 이들이 창출한 매출은 연극 전체 티켓 판매액의 64.9%에 달했다. 반면 1~300석 미만의 소극장 공연은 전체 회차의 85.6%를 소화하며 공급의 핵심을 담당했음에도 매출 비중은 19.4%에 머물렀다. 대형 공연장의 1매당 평균 판매액은 약 13만 4602원으로 소극장(약 2만 3779원)보다 약 11만 원 높게 형성돼 전체 매출 비중을 끌어올렸다.
상위권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각적 스펙터클을 앞세운 블록버스터급 기획 연극의 강세가 뚜렷하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가 매출 1위를 기록했고, GS아트센터에 올려진 ‘라이프 오브 파이’가 2위에 올랐다. 특히 ‘라이프 오브 파이’는 서울에서의 성공에 이어 3월에 진행된 부산 드림씨어터 투어 공연만으로 전체 6위에 안착하며 대형 연극의 지역 시장 확장성을 입증했다.
2026년 1분기 연극 공연시장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 ⓒ예술경영지원센터
이어 3위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 ‘노인의 꿈’, 4위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 ‘벙커 트릴로지’가 차지했다. 또 ‘비밀통로: INTERVAL’(5위) ‘더 드레서’(7위) ‘엘리펀트 송’(8위)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9위) ‘불란서 금고: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10위)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들 상위 10개 작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4.8%로, 전년 동기(37.9%) 대비 매출 집중도가 두 배 가까이 심화됐다. 사실상 뮤지컬에 상응하는 제작 규모와 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기획 공연들이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내한 공연의 여파로 내한 공연 티켓 판매액은 약 2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2만7910.3%라는 이례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내한 공연의 1매당 평균 판매액은 14만 5568원으로 전체 연극 특성 중 가장 높았다. 반면 대학로를 상징하는 오픈런 공연은 공급은 늘었으나 예매수와 판매액이 각각 14.6%, 12.5% 감소하며 대형 대작들로의 관객 쏠림 현상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한 공연 관계자는 “연극 시장이 달성한 양적 팽창은 상업적 흥행 요소를 극대화한 대형 기획 연극의 성공에 기반한다”면서 “소비자들은 시각적 스펙터클과 명확한 텍스트가 보장된 프리미엄 상품에 대해 높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소수의 대형 대작이 매출의 4분의 3을 가져가는 극심한 매출 양극화는 대학로 중심의 중소규모 창작 연극과 기초 예술 생태계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연극 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대형 대작의 흥행 동력이 중소극장, 신진 창작 진영으로 전이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