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민간 가스운반선까지 무장…기관총 설치 첫 확인
입력 2026.07.01 03:00
수정 2026.07.01 03:00
에스토니아 감시 사진 공개…나토 선박 검색·나포 견제 신호
에스토니아가 30일 공개한 러시아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에 기관총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홈페이지 캡처
러시아가 발트해를 운항하는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중기관총을 장착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에스토니아 당국이 공개한 감시 사진에는 선박 조타실 위에 모래주머니 방호벽과 기관총 진지가 설치된 모습이 담겼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경찰·국경수비대는 올해 봄 자국 감시구역에서 촬영한 러시아 국적 LNG 운반선 '마셜 바실레프스키'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조타실 양쪽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방호 진지와 대구경 기관총이 설치된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다. 이 선박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자회사 가스프롬 플로트가 운영하는 LNG 운반선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항구와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정기적으로 오가고 있다.
해양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유럽 해역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민간 선박의 무장이라고 평가했다. 보스포루스 옵서버를 운영하는 지정학 분석가 요루크 이시크는 "해적이 활동하는 해역에서 무장 경비원을 태우는 경우는 흔하지만 발트해에서 민간 선박에 기관총을 설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러시아가 EU와 나토에 선박을 검색하거나 억류하려 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트해에서 이런 수준의 무장은 자위 차원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해가 점점 무법지대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무장 조치는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와 맞물려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9척이 잇달아 나포됐으며, 프랑스도 지난 26일 관련 선박을 압류했다.
다만 마셜 바실레프스키는 러시아 국기를 달고 공식 운항하는 LNG 운반선으로, 그림자 선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발트해 안보 관계자는 "에스토니아도 군사적 충돌 위험 때문에 러시아 국적 선박에 대한 나포 시도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발트해와 흑해 항로 보호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해양 담당 보좌관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는 최근 "러시아의 핵심 해상 교역로를 봉쇄하도록 둘 수는 없다"며 함대의 즉각적인 전개와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