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년 새 180원 뛰었다…1500원대 고환율 '그림자'
입력 2026.06.29 07:04
수정 2026.06.29 07:04
10.7원 떨어져도 장중 1549.5원까지 치솟아
고환율 장기화에 물가·금리 '3중 부담'
"말뿐인 당국 개입은 '칼날 없는 칼집'"
"일시적 현상 아냐…중장기 대응 필요"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15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환율 상승 압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단순한 구두 개입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26일 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0.7원 떨어진 1532.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6원 오른 1547.3원에 출발한 뒤 장중 1549.5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장 마감을 앞두고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급락세로 돌아섰고, 장중 고점 대비 17.5원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하락 마감했으나 1500원대 고환율 기조는 여전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였던 지난해 6월 26일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356.9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1년 만에 180원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고환율 상황과 관련해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환율이 높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언만으로는 원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일시적 변동을 넘어 원화 약세가 구조화되는 신호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의 배경에는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외국인 자금 흐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경우 원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1500원대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에너지·원자재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금리·환율이 동시에 압력을 받는 '3중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수출기업 등을 통한 실질적인 달러 공급 확대와 기준금리 조정 등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자재와 에너지 등 수입 비용 증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가계 실질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거시 흐름이 주된 원인인 만큼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환율 상승은 국내 요인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달러 강세 등 거시적 흐름의 영향이 크다"며 "정부의 구두개입만으로 시장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환율 방어 수단 없이 내놓는 메시지는 시장에서 '실탄을 아끼기 위한 미봉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말뿐인 개입은 결국 '칼날 없는 칼집'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 방안으로 ▲한·미 통화스왑 추진 ▲외환보유액의 전략적 활용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및 외국인 자본 유입 유도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고환율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자본 흐름 구조 변화가 반영된 결과인 만큼, 외환 수급 구조를 재점검하는 등 중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출기업 달러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줄이고, 구조적인 달러 수요를 관리할 수 있도록 외환 수급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