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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가결"…현대차·한국GM 덮은 '파업' 위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6.25 14:36
수정 2026.06.25 14:36

현대차·한국GM 노조 나란히 86%대 찬성률

성과급 넘어 AI·로봇, 철수설 등 '고용불안' 쟁점

노란봉투법 후 목소리 커져…파업 땐 생산 차질 불가피

현대차 노조 임금협상 출정식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와 한국GM의 노동조합이 나란히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하면서 완성차 업계에 파업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임금 인상과 성과급 배분에 집중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에 따른 일자리 축소 우려, 한국GM의 사업 지속성에 대한 불안까지 맞물리면서 노사 갈등의 무게가 한층 커진 모습이다.


25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경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가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 신청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 결과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4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3만9668명 중 86.65%가 찬성해 파업안을 가결했다. 투표율은 94.15%, 투표자 대비 찬성률은 92.03%에 달했다.


현대차 노조는 찬반투표 결과를 공지하는 조합원 소식지에 "보아라, 조합원 분노의 외침을", "압도적 가결" 등의 문구를 넣기도 했다.


앞서 한국GM 노조도 지난 1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6.5%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6517명 중 5635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2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며,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두 노조 모두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인상, 성과급 확대, 정년 연장,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 역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조합원 1인당 약 3000만원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안에 담았다.


표면적으로는 임금 협상이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교섭의 본질을 ‘고용 안정’ 문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AI와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보장 문제를 교섭 테이블에 올렸다. 현대차그룹이 스마트팩토리, 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 AI 등 미래 제조 기술 도입을 확대하면서 생산 현장의 인력 축소 가능성이 노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의 불안은 더 직접적이다. 지난해 직영서비스센터 철수 조치 이후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노조의 고용 불안이 여느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노조가 미래차·차세대 엔진 생산 배정, 내수 점유율 회복, 수출시장 다각화, 고용 안정 등을 특별요구안에 담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 환경 변화도 노조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2·3조가 지난 3월 시행되면서다. 개정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 등을 핵심으로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교섭·쟁의 리스크가 커졌고, 노조 입장에서는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 넓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완성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예년보다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높은 찬성률 자체가 조합원 내부의 강한 불만을 보여주는 데다, 임금·성과급뿐 아니라 미래 고용 문제가 얽히면서 노조 지도부가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노사 모두 부담이 적지 않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생산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내수와 수출 물량을 동시에 책임지는 울산·전주·아산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 있다. 인기 차종과 수출 전략 차종의 생산이 멈출 경우 납기 지연은 물론 하반기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GM 역시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차종을 중심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배정 물량과 수익성 관리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번 갈등이 단기 임금 협상으로만 끝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 자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동시에 겪고 있다. 기업은 생산 효율을 높여야 하고, 노조는 그 과정에서 고용을 지켜야 한다. 양측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교섭은 임금 인상률 몇 퍼센트를 놓고 벌이는 전통적인 임단협과 성격이 다르다”며 “AI와 로봇, 미래차 물량, 국내 공장 역할 같은 문제가 한꺼번에 걸려 있어 노사 모두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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