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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아기도 포기할 수 없었다"…산부인과 교수가 회고한 '기적의 22주'[명의열전]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6.25 14:01
수정 2026.06.25 14:19

고현선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부센터장 인터뷰

첫째 태아 조산 후에도 임신 22주 연장…37주 자연분만 이끌어

“고위험 다태임신 증가…분만 인프라 확충 시급”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고현선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부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이 1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쌍둥이는 큰 축복이지만, 그만큼 산모와 아기 모두가 감당해야 할 위험도 커집니다.”


고현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부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고위험 쌍둥이 임신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성모병원은 임신 15주에 첫째 태아가 조산된 고위험 쌍둥이 임신부에게 ‘지연 간격 분만’을 시행, 둘째 태아를 임신 37주까지 유지하며 자연분만을 이끌었다.


결혼 9년 만에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는 임신 15주 무렵 양막 파열과 자궁경부 개대(자궁문이 열림)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첫째 태아는 자연 유산됐지만, 의료진은 자궁경부봉합술과 자궁수축 억제 치료 등을 시행하며 둘째 태아의 임신을 약 22주 연장했고,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었다. 해당 산모는 국내에서 지연 간격 분만으로 최장 기간 태아를 자궁 내에 유지한 사례로 꼽힌다.


산모 주치의였던 고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첫째 태아를 떠나보낸 뒤에도 남아 있는 태아를 지키기 위해 의료진 모두가 하루하루를 버티는 심정이었다”며 “일반적으로 양막파수와 조산이 발생하면 수일 내 추가 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끝까지 지킨 22주…모두가 만든 ‘기적’

지연 간격 분만은 먼저 태어난 태아 이후 자궁 안에 남아 있는 태아의 임신 기간을 최대한 연장해 생존율을 높이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모든 산모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 감염과 조기진통, 출혈 등 위험성이 높아 의료진의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남은 태아를 살리는 것만큼 산모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염, 출혈, 조기진통 여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며 “산모와 태아, 두 생명을 함께 지켜야 하는 만큼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번 성공이 의료진만의 성과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산모와 가족이 긴 치료 과정을 잘 견디고 의료진을 믿고 따라준 것이 컸다”며 “산과와 신생아 파트 의료진이 함께 염증 수치와 태아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협력한 결과”라고 했다.


고현선 교수(가운데)와 고위험 임신과정을 이겨내고 최근 건강하게 출산한 산모 가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처럼 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적인 출산을 이끌어냈지만, 가장 바람직한 건 산모도, 뱃속의 아기도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고 교수는 성공적인 출산 사례 뒤에 가려진 다태 임신(쌍둥이 이상)의 위험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쌍둥이는 큰 축복이지만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단태 임신보다 훨씬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며 “중요한 것은 임신 성공 자체가 아니라 엄마와 아이 모두의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한모체태아의학회에 따르면 다태 임신은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된다. 자연임신에서 쌍둥이 출산 확률은 약 1% 수준이지만 시험관아기 시술(IVF) 후에는 25~30%까지 높아질 수 있다. 다태 임신 산모의 조산 위험은 단태임신보다 약 6배 높고, 조산은 발달지연과 뇌성마비 등 신생아 합병증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산모의 위험도 크다. 임신중독증 위험은 2배 이상 증가하며 세쌍둥이 임신의 경우 최대 9배까지 높아진다. 제왕절개 분만 가능성이 높고 산후출혈 위험도 단태 임신보다 약 3배 높다. 혈전성 질환 발생 위험 역시 증가해 심할 경우 산모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고 교수는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가 늘면서 시험관 시술도 증가하고 있지만 배아 이식 과정에서는 임신 성공률뿐 아니라 다태 임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험 임신 증가하는데…현장은 이미 한계”
고현선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부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이 1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고위험 임신과 출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의료체계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원 체계와 센터 지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환자를 볼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산부인과와 신생아 파트 모두 젊은 의사들이 줄고 있어 현장은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고위험 분만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양수색전증, 자궁파열, 과다출혈처럼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있다”며 “두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제도적 보호와 보상이 뒷받침돼야 젊은 의사들도 필수의료 현장에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고위험 임신으로 불안해하는 산모들에게 믿음과 긍정의 중요성을 전했다. 고 교수는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임신 과정이 어렵더라도 부모가 의료진을 믿고 아기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산이나 조산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모가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의료진과 함께 차근차근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건강한 아기를 만나는 순간까지 산모와 가족, 의료진이 함께 버티는 힘이 결국 가장 큰 치료의 한 축”이라고 덧붙였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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