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U 두 번째 시험대, '슈퍼걸'이 넘어야 할 삼중고 [D:영화 뷰]
입력 2026.06.25 13:41
수정 2026.06.25 13:41
42년 만의 실사 영화, 캐릭터 확장 전략 성패 주목
제임스 건 체제의 두 번째 극장 개봉 영화 '슈퍼걸'이 베일을 벗었다. 새로운 DC 유니버스(DCU)가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 등장한 작품인 만큼 업계 안팎의 관심도 적지 않다. 특히 전작 '슈퍼맨'이 북미에서는 의미 있는 흥행 성과를 거뒀지만 국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그치면서, DCU가 한국 시장에서도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슈퍼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실 DC 스튜디오의 역사는 화려한 영광과 참담한 실패가 교차했다. 한때 DC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통해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고, '원더 우먼'과 '아쿠아맨' 등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마블과 함께 장르 시장을 이끄는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MCU의 성공 이후 세계관 경쟁이 본격화되자 충분한 빌드업 없이 '배트맨 대 슈퍼맨'과 '저스티스 리그' 등 대형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를 서둘러 추진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작품마다 흥행 성적과 평가의 편차가 커졌고, '저스티스 리그' 제작 과정에서 불거진 스튜디오 개입 논란과 잦은 노선 변경, 반복된 리부트 계획 등이 이어지며 브랜드 정체성도 흔들렸다. 한때 마블의 유일한 경쟁자로 꼽혔던 DC가 오히려 세계관 운영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언급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혼선은 한국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반복되는 리부트와 세계관 재정비 과정 속에서 DC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고, 작품별 흥행 편차 역시 더욱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2022년 말 DC 스튜디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마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임스 건 감독과 피터 사프란을 공동 CEO로 선임하며 사실상 세계관 재건에 나섰다. 두 사람은 기존 DCEU를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통합 세계관인 DCU를 출범시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처럼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장기 프랜차이즈 전략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차원을 넘어, 오랜 기간 흔들렸던 DC 브랜드의 정체성과 관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했다. 작품마다 달라졌던 방향성을 하나의 비전 아래 통합하고, 장기적인 세계관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새로운 DCU의 첫 극장 영화이자 거대한 리부트의 첫 단추였던 '슈퍼맨'은 북미를 중심으로 흥행하며 '슈퍼맨'을 매력적으로 부활시켰다는 호평을 받았고,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 6억 달러를 돌파했다. 침체됐던 DC 브랜드가 다시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무너진 유니버스의 생명 연장 가능성을 증명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다만 한국 시장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가웠다. '슈퍼맨'은 국내에서 86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100만 관객 돌파에 실패했다. 북미에서는 새로운 DCU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국내에서는 반복된 리부트와 세계관 재정비 과정 속에서 누적된 피로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최근 몇 년 사이 슈퍼히어로 장르 전반의 흥행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슈퍼맨'은 국내 시장에서 식어버린 히어로 팬덤과 브랜드에 대한 불신이라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완벽히 이루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걸'은 DCU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평가받는다. '슈퍼맨'이 리부트의 성공적인 출발 여부를 확인하는 작품이었다면, '슈퍼걸'은 후속 작품 역시 안정적으로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슈퍼걸'은 '슈퍼맨'보다 더 높은 흥행 허들을 넘어야 한다. 이번 작품은 1984년이후 무려 42년 만에 제작된 실사 영화다. DC 입장에서는 슈퍼맨과 배트맨 같은 검증된 간판 IP를 넘어,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캐릭터까지 핵심 흥행 자산으로 육성해 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 '슈퍼걸'이 마주한 흥행 여건은 첩첩산중이다. 슈퍼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캐릭터 인지도라는 원작의 한계, 국내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주연 배우 밀리 알콕이라는 인물 장벽,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신뢰가 부실한 DCU 브랜드라는 태생적 약점까지 삼중고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작인 '슈퍼맨'이 국내에서 흥행 발판을 마련해 주지 못한 상황에서, '슈퍼걸'은 유니버스의 후광이나 연결고리에 기대는 안일함을 버리고 오직 개별 작품이 가진 본질적인 경쟁력과 압도적인 완성도만으로 까다로운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도 짊어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작품의 성적이 향후 DC 스튜디오의 투자 전략과 프랜차이즈 확장 속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걸'이 DCU의 두 번째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남아 있는 브랜드 회복 과제를 다시 확인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