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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회생에 흔들리는 ‘주주 책임’ 원칙 [기자수첩-증권]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6.06.25 10:00
수정 2026.06.25 10:00

회생 인가 D-8…MBK·메리츠 2000억 조달 ‘충돌’

최대주주 책임 부재 속 채권자에 추가 자금 요구

메리츠 1000억원 지원 조건에도…MBK ‘난색’

주주 책임 어디로…데드라인 앞두고 역할 촉구

홈플러스 회생을 두고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작 자신들의 추가 출자와 보증 요구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해 ‘주주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인가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입장 차이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23일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노조 등에 공문을 통해 “오는 30일까지 2000억원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라”고 전달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30일까지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법원은 ‘회생 폐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고, 그 다음 수순은 파산이다.


문제는 이 위기 앞에서 MBK가 취하는 태도다.


홈플러스는 정상적인 상품 공급과 매출 회복을 위해 유동성 투입이 필수적이라며, 메리츠에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DIP 금융) 대출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메리츠는 이달 17일 이사회를 통해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DIP 금융 1000억원 지원안을 의결하고, 에스크로 계좌에 자금 예치를 완료하는 등 조건부 지원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미 홈플러스 관련 1조3000억원 규모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안고 있는 최대 채권자가 추가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발 내디딘 셈이다.


메리츠가 내건 조건은 단순하다.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 그리고 MBK의 별도 1000억원 조달이다.


추가 자금을 내놓는 쪽이 경영 책임자에게 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금융 관행에서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MBK는 메리츠가 제시한 조건이 과도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금 지원에 앞서 최대 주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요구로 보기 어렵다.


자본주의 원칙은 명확하다. 손실 부담의 순서는 주주가 먼저이고, 채권자는 그 다음이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10년 동안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을 주도해왔다.


경영의 과실을 가져간 주체가 바로 MBK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업가치 훼손의 책임 역시 MBK가 먼저 져야 한다.


그럼에도 MBK는 김병주 회장의 개인 일반보증도, 추가 출자도 없이 채권자에게 먼저 돈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경영권을 쥔 최대 주주가 책임은 뒤로 미루고 채권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다.


‘기업 회생의 최우선 책임은 경영권을 가진 주주에게 있다’는 원칙이 MBK 앞에서 맥없이 흔들리는 셈이다.


이의환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역시 “기업을 통해 수익과 성과를 누렸다면 위기 상황에서는 최대 주주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회장의 실질적인 자금 투입을 촉구하고 있다.


경영 실패의 결과가 회생 절차로 이어졌다면 최대 주주가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자본주의 원칙이다.


수만명의 임직원과 수천곳의 협력업체, 전단채 피해자들이 이 사태의 향방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채권자에게 시선을 돌릴 시간이 없다. 지금 이 순간, MBK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최대 주주로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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