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흔드는 폴란드·우크라 역사 갈등…전쟁 동맹에도 깊어진 균열
입력 2026.06.24 02:11
수정 2026.06.24 07:23
볼히니아 학살 논란 재점화…우크라 EU 가입에도 변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폴란드 대통령에게 반납한다며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백수리 훈장과 훈장 수여 명령서 사진. ⓒAP/뉴시스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장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유럽연합(EU)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갈등의 발단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군 부대 명칭에 우크라이나반군(UPA)을 사용한 데서 시작됐다. UPA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소련과 나치에 맞선 독립운동 세력으로 평가받지만, 폴란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볼히니아 지역에서 수만 명의 폴란드인을 학살한 조직으로 인식된다.
이에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했던 최고 훈장인 백수리훈장을 박탈했고, 우크라이나 측도 강하게 반발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양국 모두에 피해를 주는 전략적 실수"라며 갈등 자제를 촉구했지만 논란은 계속 확산하고 있다.
EU가 특히 우려하는 이유는 이번 갈등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적극 지지해온 핵심 국가였지만 최근 들어 역사 문제 해결 없이는 가입을 지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폴란드 정치권에서는 볼히니아 학살 문제 해결 전까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마셜기금(GMF)은 최근 보고서에서 "폴란드·우크라이나의 역사 전쟁이 유럽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MF는 전쟁 지원 피로감과 농산물 분쟁 등으로 이미 양국 관계가 약해진 상황에서 역사 갈등까지 겹치면서 러시아가 틈을 파고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가입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이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폴란드와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새로운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으로 형성된 연대가 역사 문제 앞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