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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바꾸는 자본시장…한국은 왜 뒤처졌나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입력 2026.06.24 06:52
수정 2026.06.24 06:52

美 클래리티법 통해 퍼블릭 블록체인 도입 속도

한국은 여전히 인프라 논의 초기 단계

"디지털자산, 개별 상품 아닌 국가 전략 인프라로 접근해야"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과 자본시장의 미래, 미국과 한국의 선택'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주식·채권의 발행부터 거래·결제까지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자본시장 재편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데일리안 김민희 기자

미국이 주식과 국채,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로 올리며 자본시장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관련 논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큰증권(STO)이나 실물연계자산(RWA)의 발행·유통·결제 등 기초적인 인프라 설계조차 지지부진한 만큼,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 방향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과 자본시장의 미래, 미국과 한국의 선택'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디지털자산이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두고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을 중심으로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시장 구축 논의가 한창이다.


발표자로 나선 밀러 화이트하우스-레빈 솔라나정책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클래리티법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실물자산(RWA) 토큰화'를 꼽았다.


그는 "최근 미국 입법 논의에서는 RWA 토큰화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 금융기관과 은행들이 기존 금융 서비스를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도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법안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클래리티법은 오픈소스 여부, 탈중앙화 수준, 검증 참여 분산도 등을 기준으로 네트워크를 평가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화이트하우스-레빈 CEO는 "이 법안은 미국 내에서 퍼블릭 블록체인과 무허가형(Permissionless) 프로토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토큰증권 제도화 방식에서도 미국과 한국은 큰 차이를 보인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미국은 최근 예탁결제원에 대한 비조치의견서(No-Action Letter)를 통해 토큰증권 실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국채, 주요 지수 추종 ETF, 상장주식 등 유동성이 높은 '정형증권'을 중심으로 토큰화를 추진하며, 이를 기존 시장에서 그대로 거래할 수 있도록 실험 중이다.


김 변호사는 "해외 입법례들을 보면 대부분 유동성이 풍부한 정형증권 위주로 토큰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토큰화의 본질은 유동성이 없는 새로운 자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자산을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유통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 논의는 시장 참여자들의 역할과 라이선스 체계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 변호사는 "현장에서는 금융 업권별 역할과 필요한 라이선스에 혼선이 많다"며 "정부가 대략적인 라이선스 틀만 제시했을 뿐, 실제 수행 가능한 업무를 알려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 금융기관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이 나와야 기존 사업자들도 안심하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국내 토큰증권 제도 설계 방향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김 변호사는 "우리도 정형증권 중심의 토큰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블록체인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효용을 얻기 위함인 만큼, 현재의 인프라 구조가 시장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디지털자산을 개별 금융상품이 아닌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김에스더 해시드오픈리서치(HOR) 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에는 자본과 인재, 기업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는 이제 가치를 독점하고 소유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업과 인재에게 '선택받는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장기적 비전으로 디지털자산 허브를 구축한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모범 사례로 들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AI 인프라, 제조업, K-콘텐츠, 게임 등 디지털 경제의 핵심 요소를 이미 모두 갖춘 나라"라며 "디지털자산은 이러한 가치들이 국경 없이 흐를 수 있도록 연결하는 글로벌 유동성 인프라"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RWA, STO는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AI 시대 한국의 성장 동력을 확장할 핵심 요소인 만큼, 이제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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