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스테이블코인 전쟁인데…한국은 아직도 'CBDC'
입력 2026.06.21 09:00
수정 2026.06.21 09:00
USDT·USDC 글로벌 확장 속 한국은 프로젝트 한강
업계 "네트워크 경쟁 시대에 기술 실험만 반복"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앞세워 달러 영향력 확대에 나선 반면, 한국은 CBDC와 예금토큰을 중심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을 토큰화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결제 인프라로 육성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기관용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을 결합한 '프로젝트 한강' 실험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 사용처 확대와 네트워크 확보가 핵심인 상황에서 한국이 인프라 설계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리서치 기업 쟁글(Xangle)은 최근 발간한 '스테이블코인 이후, 한국은 왜 프로젝트 한강을 실험하는가' 보고서에서 한국이 민간 스테이블코인 도입보다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토큰화하는 방향의 프로젝트 한강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현재 글로벌 디지털 통화 시장의 중심은 스테이블코인이다.
USDT와 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송금과 결제, 디파이(DeFi), 실물자산토큰화(RWA) 시장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쟁글은 보고서에서 "시장은 24시간 이동 가능하고 국경을 넘기 쉬우며 다른 디지털 서비스와 바로 결합될 수 있는 화폐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프로젝트 한강은 은행 예금을 예금토큰 형태로 전환하고, 은행 간 최종 정산은 기관용 CBDC를 통해 처리하는 구조다.
일반 이용자는 예금토큰을 사용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기존 은행 시스템 안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A은행 고객이 B은행 가맹점에서 결제할 경우 A은행 예금토큰이 소각되고 기관용 CBDC를 통한 은행 간 정산이 이뤄진 뒤 B은행이 새로운 예금토큰을 발행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예금토큰이 이용자 관점에서 기존 계좌이체나 간편결제와 얼마나 차별화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이 네트워크 효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단순히 토큰 발행 자체가 아니라 거래소와 지갑, 디파이, 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이 연결된 생태계에서 나온다.
실제 USDT와 USDC는 전 세계 수많은 서비스와 연결되며 사실상 디지털 달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과 참가은행이 운영하는 허가형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구축된다.
개인정보 관리와 계정 운영, 결제 서비스 역시 기존 금융기관 체계 안에서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어떤 기술을 쓰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용처와 이용자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시장에 투입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인프라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쟁글 역시 보고서에서 "이용자는 예금토큰의 기술 구조를 직접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기존 은행 앱이나 지갑에서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사용처에서 쓸 수 있는지, 퍼블릭 체인이나 RWA 플랫폼과 얼마나 안전하게 연결되는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시장은 온체인 바깥의 연결 지점에서 만들어진다"며 향후 사용처 확대와 외부 플랫폼 연계가 프로젝트 한강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