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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정상화 시동에도…K산업 흔드는 '통항료 청구서'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6.22 12:27
수정 2026.06.22 12:27

60일 무료통항 끝나면 배럴당 1달러 통항료 현실화 우려

한국 산업계 연 1조1000억원 안팎 추가 부담 가능성

美 제재 리스크에 정유·해운업계 "내도, 안 내도 문제"

17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역 주민들이 수영을 즐기는 동안 인근 바다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다.ⓒ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22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장 메커니즘 구축에 합의하며 해협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산업계의 불안은 여전하다. 60일간의 '무료 통항' 기간이 끝나는 8월 중순 이후 이란이 사실상의 통행료를 부과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서다. 원유 수입의 70%가량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해협이 다시 열려도 '공짜 통항'이 아니라는 점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무료 통항' 종료 이후가 변수

지난 17일 공개된 미국과 이란의 14개 항의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서비스 체계를 이란이 오만·걸프협력회의(GCC) 연안국들과 논의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사실상 통항 관련 비용 부과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는 60일간 통항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거꾸로 두 달 뒤부터는 유료화하겠다는 예고이기도 하다. 이란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도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통행 서비스에 대한 요금 징수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통행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보험 수수료 또는 서비스 이용료 형태의 비용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배럴당 1달러 수준의 사실상 통항료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제시한 중동산 원유 연간 수입량(약 7억1700만 배럴)을 기준으로 배럴당 1달러의 비용을 적용하면 국내 산업계의 추가 부담은 연간 1조1000억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시돈에서 피란민들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 따라 짐을 꾸리며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시돈=AP/뉴시스
정유·해운업계 "내도, 안 내도 문제"

더 골치 아픈 건 '내고 싶어도 못 내는' 구조다. 이란은 국제법상 통행세 부과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자국이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통한 '의무 선체 전쟁항해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 PGSA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자금줄로 보고 이미 제재 대상(SDN)으로 지정해뒀다는 점이다. 국내 정유사나 선사가 이 비용을 직접 지불하면 미국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내지 않으면 해협 통과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해운업계에서도 유류비가 전체 비용의 15~20%를 차지하는 만큼 통항 관련 비용 신설이 곧 운임 인상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운송선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경우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름값은 '시차'에 발 묶여

정작 국제유가는 빠르게 안정되는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들여오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는 지난달 20일 배럴당 106.60달러에서 이달 19일 73.61달러로 한 달 만에 30.9% 급락했다. 전쟁 중 한때 배럴당 170달러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그런데도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리터당 2011원에서 2009원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국제유가가 공급가격에 반영되는 데 통상 1주일, 이후 판매가격까지 추가로 1~2주가 더 걸리는 구조적 시차에 더해 정부가 시행 중인 최고가격제 영향도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빠르면 내달 초·중순은 돼야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통항 관련 비용까지 현실화하면 유가 하락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어 국내 기름값이 전쟁 전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유가 안정의 전제인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자체도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은 이날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장 메커니즘 구축과 고위급 위원회 신설에 합의했으나 통항 관련 비용 부과와 제재 문제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종전 합의 이후 처음으로 한국 선사 운용 선박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22척의 한국 선박이 해협 내외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홍건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중동 위기는 에너지 공급망과 핵심 해상 초크포인트, 결제 통화 체계, 첨단 산업 경쟁이 상호 연결된 경제안보 차원의 복합 위기로 평가 가능하다"며 "한국은 원유·LNG·석유화학 원료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와 운임 변동이 주요 산업의 비용 및 공급망 안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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