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57번 외친 특검…물증 빈곤 속 '기승전-명태균' 종착지는?
입력 2026.06.19 06:00
수정 2026.06.19 07:00
검찰 수사단계 명태균 피의자신문조서만 15회 인용…직접 증거 제시 없어
핵심 관계자 사이 엇갈린 진술 vs 디지털 포렌식 결과…재판부 판단 주목
명태균씨.ⓒ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17일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다만 이날 법정에서 주목받은 것은 구형량보다 특검이 제시한 유죄 입증의 방식이었다. 특검의 공소 논리는 최종 변론까지 대부분 명씨의 진술에 집중됐다. 오 시장의 혐의를 직접 입증할 객관적 물증보다는 명씨의 설명과 진술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구성한 특검이 재판부로부터 어떤 판단을 받을지가 관건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1년6개월과 3300만원 추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이 이날 최후 의견 진술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꺼낸 이름은 '명태균'이었다. 특검은 최후 의견에서 명씨를 57차례 언급하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그의 진술을 제시했다. 특검은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명씨 조사를 15회나 실시했고, 별도의 진술서 작성과 대질신문 등을 거쳤다며 그의 진술 신빙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번 공소 유지 과정에서 객관적 물증보다는 명씨의 진술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비용 지급을 지시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통화 기록, 메시지, 계약서 등 객관적 자료는 공판 과정에서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특검은 구형 과정에서도 "명태균은 이렇게 진술했다", "명태균의 진술과 부합한다"는 취지의 표현을 반복하며 공소 논리를 전개했다. 명씨가 당시 상황을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주요 사실관계 판단의 전제로 삼는 방식이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단을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지, 또 해당 진술이 다른 객관적 정황과 결합해 충분한 증명력을 갖추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판단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공판 과정에서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여러 쟁점도 제기됐다.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강혜경씨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대표의 법정 진술은 조작 지시 주체와 비용 처리 과정 등 주요 부분에서 명씨 주장과 일부 차이를 보였다.
명씨 본인의 진술 역시 수사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바뀐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호인 측은 진술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범 관계자의 진술이 주요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 진술 자체의 구체성과 일관성뿐 아니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이처럼 특검이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명씨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상황을 봤을 때 내달 22일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상당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공소사실의 핵심은 2022년 1월22일 오후 3시30분에서 4시 사이 오 시장이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명씨의 진술이다. 하지만 공판 과정에서 공개된 디지털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2시20분께 명씨와 강씨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해당 여론조사 설문지 파일이 공유된 정황이 확인됐다.
설문지 작성과 공유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이전 단계에서 조사 기획과 작성 작업이 진행됐어야 한다는 점에서 "오후 3시30분 의뢰 전화가 여론조사의 출발점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은 시간적 선후관계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변호인 측은 이를 근거로 해당 여론조사가 오 시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라 명씨 측 자체 기획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판 과정에서는 여론조사 의뢰 주체와 관련한 또 다른 디지털 자료도 공개됐다. 실무자 강씨가 지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의뢰로 서울 여론조사를 돌린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메시지는 사건 당시 작성된 동시대 자료라는 점에서 의뢰 경위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반면 특검은 이후 작성된 명씨 진술을 중심으로 오 시장과의 관련성을 설명해왔다.
재판부 앞에는 결국 서로 다른 성격의 증거가 놓이게 됐다. 하나는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로, 공모 관계자의 설명과 진술 변화 여부가 신빙성 판단 대상이다. 다른 하나는 여론조사 의뢰 시점과 주체를 둘러싼 디지털 자료 등 객관적 정황 증거다. 형사재판에서 입증 책임은 기소 기관에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명씨 진술을 객관적 증거와 결합된 충분한 증거로 볼지, 일부 의문이 남는 진술로 평가할지는 향후 선고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