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꺾여도 생활물가 부담…복잡해진 하반기 민생안정 셈법
입력 2026.06.16 17:34
수정 2026.06.16 17:35
국제유가 5% 가까이 하락
소비자물가 3%대 부담
정부, 하반기 전망 신중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예비 합의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하반기 물가 부담이 일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합의 소식에 5% 가까이 떨어진 뒤 16일에도 약세를 이어갔다.
다만 국내 소비자물가가 이미 3%대로 올라선 데다 유류세 정상화, 핵협상 후속 절차, 공급 정상화 시차 등 변수가 남아 정부의 민생안정 셈법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브렌트유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 이후 배럴당 83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유가 하락에도 체감 안정은 시차
유가 하락은 국내 물가에는 분명한 하방 요인이다.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 휘발유·경유 등 직접 품목뿐 아니라 운송비, 항공료, 가공식품 원가 등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최근 물가 흐름이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4월 2.6%에서 한 달 만에 상승 폭이 커진 것이다.
중동전쟁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과 연휴 기간 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이같은 수치에 영향을 줬다.
재정경제부는 국제유가 흐름을 하반기 물가 전망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며 “유가는 중요한 변수인 만큼 흐름을 계속 보고 있고,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등과 함께 전망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내려가더라도 환율, 정제마진, 주유소 판매가격 반영 시차, 공공요금 조정 여부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안정 폭은 달라질 수 있다.
생활물가 부담도 쉽게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 석유류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외식·가공식품·서비스 가격이 이미 오른 상태에서 내려오는 속도는 더딜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해협 재개방도 실제 물동량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물가 하방 요인이지만 유가만으로 소비자물가가 크게 잡히기는 어렵다”며 “최근 물가 상승은 유가뿐 아니라 인건비 등 근원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류세·고용까지 겹친 민생 변수
유가 안정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운용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정부로서는 인하 폭을 줄이거나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여건을 다시 따져볼 수 있다.
그러나 물가가 3%대로 오른 상황에서 유류세 조정은 서민·자영업자 부담과 직결된다. 정부가 세수 여건과 민생 부담 사이에서 조정 폭과 시점을 신중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 교수는 “유가가 안정되면 유류세 인하 폭은 되돌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 경우 원유 가격 하락분이 세금 정상화로 상쇄돼 소비자들은 휘발유 가격 인하를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만으로 하반기 민생 여건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교수는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률 전망이 상향되는 상황에서도 5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4만명 줄었다”며 “특히 취약 부문에서 일자리 감소 폭이 컸는데, 이는 바닥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