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시즌 5번째 한 경기 4안타…MLB 타율 2위 점프
입력 2026.06.09 14:20
수정 2026.06.09 14:20
워싱턴전 5타수 4안타 2득점 맹타
타율 전체 2위, 1위와는 고작 3리 차
이정후. ⓒ AP=뉴시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방망이가 멈출 줄 모른다.
이정후는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 4안타를 몰아친 이정후는 시즌 21번째 멀티 히트를 달성함과 동시에, 지난 5월 15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전부터 이어진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16경기’로 늘렸다. 이로써 이정후는 과거 추신수(2013년 7월 3~23일 신시내티 레즈 시절)와 김하성(2023년 7월 25일~8월 1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이 수립했던 역대 한국인 타자 MLB 최장 연속 경기 안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제 안타 하나만 더 추가하면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상 그 누구도 밟지 못했던 신기록을 작성한다.
대기록 달성도 놀랍지만, 더 경이로운 점은 이정후의 가파른 타율 상승세다. 이날 경기 전까지도 고타율을 유지했던 이정후는 하루에만 4안타를 보태며 시즌 타율을 종전 성적에서 무려 0.333(225타수 75안타)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를 넘어 양대 리그를 통틀어 MLB 전체 타격 순위 2위라는 압도적인 자리에 우뚝 섰다.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오토 로페즈(타율 0.336)와는 불과 ‘3리’ 차이다. 경기 한두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메이저리그 전체 타격 선두라는 깜짝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가시권에 진입한 셈이다.
이날 이정후의 타격 메커니즘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좌익수 정면으로 가는 잘 맞은 직선타로 숨을 고른 이정후는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워싱턴의 베테랑 투수 마일스 마이컬러스의 초구 슬라이더가 골라 들어오자, 주저 없이 배트를 돌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정후의 진가는 팀이 0-1로 뒤진 6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더욱 빛났다. 워싱턴 벤치는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를 저지하기 위해 좌완 미첼 파커를 마운드에 올렸다. 전형적인 ‘좌타자 저격’ 포석이었으나 이정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파커의 몸쪽 깊숙이 파고드는 날카로운 속구를 완벽한 배트 컨트롤로 받아쳤다.
이정후. ⓒ AP=뉴시스
왼쪽 팔꿈치를 끝까지 몸에 바짝 붙인 채 공을 결대로 밀어치는 정교한 기술이 돋보인 타구였다. 중견수 앞으로 뻗어 나간 이 타구는 팀의 추격 불씨를 살리는 두 번째 안타가 됐다. 출루에 성공한 이정후는 후속 타자의 안타로 3루까지 진루한 뒤, 맷 채프먼의 좌중간 적시타가 터지자 쾌속 질주로 홈을 밟아 1-1 동점을 만드는 소중한 득점을 올렸다.
8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네 번째 타석에서는 이정후의 집념과 '야구 지능'이 돋보였다. 이정후의 빗맞은 타구가 포수 앞으로 힘없이 굴러갔고, 첫 판정은 아웃이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1루를 향해 한 걸음도 늦추지 않고 전력 질주를 감행했고, 샌프란시스코 벤치의 비디오 판독 요청 결과 세이프로 번복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내야안타로 출루한 이정후는 상대 투수의 견제 실책을 틈타 2루까지 진루하는 기민한 주루 플레이를 선보였고, 후속 브라이스 엘드리지의 통렬한 2루타 때 다시 한번 홈을 밟아 역전 득점까지 기록했다. 이정후의 발과 눈이 만들어낸 역전극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활약과 8회말 추가점으로 3-1까지 달아나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믿었던 불펜진이 9회초 대거 3실점을 허용하며 3-4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마지막 9회말, 패색이 짙던 2사 1루 상황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워싱턴 마무리를 상대로 또다시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2사 1, 3루의 마지막 동점 및 끝내기 기회를 만들었지만 후속 타자 엘드리지가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팀은 패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