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민주적” 대통령이 꼬집은 축구협회, ‘2만 명 투표’ 개혁 탄력
입력 2026.08.06 20:20
수정 2026.08.06 22:44
이 대통령 "축구협회 비민주적인 구조" 꼬집어
K-축구혁신위원회, 선거인단 2만명 확대 제안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 ⓒ 국회사진기자단
대한축구협회(KFA)를 둘러싼 각종 잡음과 논란의 원인으로 ‘폐쇄적 지배구조’가 지목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체육 단체 선거 제도 전반의 대수술을 주문하면서 축구계 혁신의 공은 이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축구혁신위원회로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최근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는 대한축구협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비민주적인 구조”라며 축구협회 행정의 난맥상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특정 인사의 장기 집권과 ‘깜깜이’ 선거 절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민주적으로 선출되어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인물이 회장으로 선출되느냐의 문제, 그리고 회장들의 장기 집권 등이 체육계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한 이 대통령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니 체육 단체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하고 이권 다툼까지 벌어진다. 민주적 구성과 투명한 운영, 회계 공정성을 확실하게 확립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메시지는 사실상 정몽규 전 회장 체제 아래서 누적된 축구협회의 폐쇄적 연고주의와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그간 축구계 안팎에서는 축구협회 회장 선출 과정이 수십 명 남짓의 소수 엘리트 및 협회 관계자들로만 구성되어 민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에 따라, 향후 체육계 선거제도 개혁의 선봉에 서 있는 K-축구혁신위원회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축구혁신위원회는 이미 기존 약 200명 수준에 불과했던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을 무려 100배에 달하는 ‘2만 명’ 규모로 전격 확대하고, 모바일 및 온라인을 통한 전자투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획기적인 개혁안을 권고한 상태다.
혁신위의 구상대로 선거인단이 2만 명 수준으로 대폭 확장될 경우, 현장 지도자와 동호인, 심판, 선수 등 축구 현장의 실질적인 목소리가 대거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기존의 기득권 세력이 학연과 지연, 협회 내 인맥을 동원해 표를 모으는 이른바 '체육계 짬짬이 선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역시 즉각 응답했다. 유 회장은 업무보고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임기 초반부터 체육계 혁신 요구에 맞춰 선거 제도 개선을 추진했고, 이미 만장일치 결의를 이끌어냈다”며 “대통령님의 관심과 격려는 큰 책임감으로 다가오며, 이제 현장에 더욱 집중해 특정 제도의 개편을 넘어 체육인의 삶을 바꾸는 진짜 혁신을 완수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제 여론의 눈과 귀는 축구협회가 K-축구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얼마나 순순히 받아들일지, 그리고 혁신위가 이 대통령의 ‘비민주적 구조 개혁’ 주문에 맞춰 얼마나 더 파격적이고 실효성 있는 최종 답안을 내놓을지에 쏠려 있다.
만약 축구협회가 인적 쇄신과 선거제도 개혁 권고를 미온적으로 대하거나 형식적인 수용에 그칠 경우, 문체부의 감사 및 예산 지원 중단 등 초유의 강경책이 동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축구협회를 향한 국민적 불신이 임계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비민주적 구조' 직격탄과 이에 답해야 하는 K-축구혁신위원회의 최종 권고안이 한국 축구 행정의 난맥상을 정상화시키는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